[박승찬 칼럼] 통일 대시장으로 바라보는 중국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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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2-07-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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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2022년 4월 10일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 가속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정부 주도의 내수시장 촉진 방향과 중점업무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의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 정책을 두고 ‘중국이 다시 과거 계획경제로의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 ‘정부의 통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이제 끝나는 것이 아닌가?‘ 등 국내외적으로 여론이 분분했다. 물론 지금도 그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통일 대시장‘이란 용어가 우리에겐 매우 어색하고 통제와 간섭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 대시장 건설정책 발표 후 3개월이 지난 7월 7일 상무부, 공업신식화부, 주택도시건설부 등 17개 부서 공동으로 ’전국 통일 자동차 대시장 건설‘ 정책을 발표했다. 공식명칭은 <자동차 유통 활성화 및 자동차 소비확대 조치에 관한 통지>이지만 통일 대시장의 건설 방침 아래 세부 산업으로 구체화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코로나로 인한 도시봉쇄 및 지역간 이동금지의 영향으로 위축된 자동차 소비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중국정부의 고육책이다. 자동차 소비 및 유통은 중국경제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1년 중국자동차 소매판매액이 4조4000억 위안(약 855조원)으로 사회소비품 소매판매 중 10%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2021년 기준 중국 자동차 보유량은 이미 3억대를 돌파해 전세계 가장 많은 자동차를 보유한 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 재확산, 러-우 사태 등 더욱 악화되는 대내외 리스크로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대신 저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 통계에 의하면, 지난 1∼5월 중국의 주민저축 증가액이 7조8600억 위안(약 1528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6% 증가했다. 그렇다면 전국 통일대시장 건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부터 정확히 살펴보자.
 
중국정부는 ‘입파병거(立破幷擧)’ 라는 사자성어로 전국통일 대시장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사자성어의 나라로 그 숨은 뜻을 이해하고 분석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입파병거’는 통일된 원칙과 표준의 구축(立)과 잘못된 시장규칙 타파(破)를 함께 진행하겠다(幷擧)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통일 대시장의 중점업무를 크게 6개 방면에서 건설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을 입파병거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5개의 입(立)과 1개의 파(破)로 나눌 수 있다. 즉 5개의 통일된 원칙과 표준을 구축하고, 1개의 잘못된 시장규칙을 타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5개의 입(立)을 전국 통일 자동차 대시장 건설을 예로 들어 분석해 보면 첫째,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장제도 및 규칙을 확립한다는 것으로 재산권 보호, 시장진입 및 공평한 경쟁, 사회신용제도의 완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국 중고차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방마다 다르게 존재했던 중고차 외지구매 차량제한 규정을 전국적으로 폐지한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중국 중고차 거래량이 1759만 대로 전체 자동차 보유량의 6%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태로 관련 규제를 풀어 중고차 거래시장규모를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 인프라의 통일된 표준을 수립해 유통물류 네트워크의 구축, 통일된 시장정보 교류채널 구축, 거래 플랫폼을 최적화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단지, 주차장, 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 등 지역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통일된 요소 및 자원시장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도농간 통일된 토지 및 노동시장의 조성, 통일된 자본, 기술 및 데이터, 에너지 자원 시장거래 메커니즘 조성, 탄소배출권, 오염배출권 등 생태환경 시장 메커니즘 조성을 의미한다. 통일 자동차 대시장 건설에서는 녹색 저탄소경제 순환발전을 위해 친환경차 구매를 장려해 점차적으로 그 비중을 높여 나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넷째, 통일된 고품질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폐차·회수·처리 및 자동차 금융서비스 시장의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는 통일된 시장관리 감독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통일된 시장관리감독의 법률 집행강화 및 관리감독 규칙을 제정해 시장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으로 정부가 시장개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 전문가가 얘기하는 인력과 물자분배에 관한 중앙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거나 과거 계획경제 시대의 일괄구입(統購), 일괄판매(統銷)의 회귀로 해석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따른다. 이는 당면한 중국경제 위기의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서방에서는 중국식 자본주의(Red Capitalism) 혹은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 라고 부른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정부 주도하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 중심에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 국가가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기업경영 전 과정을 장악했던 ‘지령성(指令性) 계획’이 아니라 국가가 기본방향과 지표, 표준을 통일하고 기업은 기업 특성에 맞게 기업경영에 스스로 책임지는 ‘지도성(指導性) 계획’을 강력히 구체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내외적인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국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1개의 파(破)는 잘못되고 불공정한 시장경쟁 및 시장간섭행위를 철폐시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연했던 지방보호주의 및 지역장벽을 타파하고, 반독점 행위 및 부정당 경제행위에 대해 엄격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의 지방보호주의 혹은 지역텃세는 매우 심각할 정도였다. 지방정부의 관용차나 택시의 경우 베이징은 베이징현대, 상하이 및 지린성은 폭스바겐, 광둥성은 혼다 등 암묵적인 지방보호주의와 지역장벽이 존재해 왔다.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은 14·5 규획(2021~2025)의 핵심인 쌍순환 전략 중 하나인 국내 대순환(내수시장 확대)을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방향이다.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은 통일된 규범과 일원화된 관리감독 시스템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측면과 투명하고 안정된 시장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국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일 대시장 건설이 자동차 산업을 기점으로 다른 세부 영역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어떤 업종과 방식으로 확대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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