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법] 국가정보원의 전직 국정원장 2인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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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2-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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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두 전 국정원장 고발, 서울중앙지검에 배당

  • '첩보보고 무단 삭제' 혐의 박지원, '강제종료' 혐의 서훈

  •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권한 남용 예방이 목적

  • 대통령실, 국가범죄 측면 주목 '검찰 수사 예의주시'

[출처=국가정보원]

[아주로앤피] 지난 6일 국가정보원(원장 김규현)이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각각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날 국정원은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대검찰청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7일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대검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두 사건을 이첩받아 박지원 전 원장 고발사건은 공공수사 1부(부장검사 이희동)에, 서훈 전 원장 고발사건은 공공수사 3부(부장검사 이준범)에 각각 배당했다.
 
국가정보원이 전직 국정원장 2명을 함께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검찰의 손에 넘어온 것이다.
 
아주로앤피가 이들이 받는 혐의가 무엇인지, 어떤 법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봤다.
 
◆‘첩보보고 무단 삭제’ 의혹받는 박 전 원장
지난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타고 있다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은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가 서해상에서 실종된 후 이튿날 22일 밤 9시 북한군에 피살될 때까지 북한군과 북측 어선 사이에 이루어진 교신 내용을 바탕으로 이씨가 최초 북측에 구조를 요청했는지, 월북 의사를 밝혔는지 여부 등이 담긴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사후에 이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국정원이 박 전 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라고 전했다.
 
국가정보원법 제13조는 원장·차장·기획조정실장 및 그 밖의 직원은 그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형법 제141조 제1항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언급한 의혹에 대해 "(해당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삭제 기록 등이) 국정원 메인서버에 남는다"며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고 밝혔다.
 
◆‘합동 조사 강제종료’ 의혹 받는 서 전 원장
탈북어민 북송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2일 북한 선원 2명이 동해상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다시 북한으로 송환한 사건이다.
 
서 전 원장은 당시 해당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합동신문 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조기에 강제 종료시킨 의혹를 받고 있다.
 
합동신문이란 국정원과 군·경찰이 합동해 탈북자의 신상, 귀순 의사 등을 파악하는 신문을 말한다. 실무상 이 신문 절차는 최소 보름에서 길게는 한 달이 넘게 걸린다.
 
그러나 이 사건은 탈북자들이 나포된 시점부터 조사를 마치고 북송되기까지 5일이 걸려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서 전 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과 허위공문서작성죄라고 전했다.
 
형법 제227조는 공무원이 행사할 목적으로 그 직무에 관하여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변개(變改)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전 원장은 아직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권한 남용 예방이 목적
대법원은 과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저지른 이른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서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안’을 밝힌 바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 총선·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겨냥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을 말한다.
 
대법원은 “국정원법에 (형법과 별도로) 직권남용죄 처벌 규정을 (더 무겁게) 둔 것은 국정원장 등의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의 권한이 남용될 경우 국민 기본권 침해와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위험성이 다른 기관보다 더 크다는 취지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는 7년 이하 징역과 7년 이하 자격정지가 법정형이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죄 성립 여부는 직권남용죄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뿐 아니라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국정원 직무와 직무수행 방식의 특수성, 국정원 내부의 엄격한 상명하복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를 두고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향후 전망
검찰은 우선 국정원 관계자들을 불러 사건의 윤곽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내부 조사 결과와 고발 근거 자료 확보가 수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강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해선 국정원 첩보 보고서가 담긴 메인 서버, 서 전 원장의 혐의와 관련해선 국정원 내 대북 부서 결재라인이 압수수색 대상으로 꼽힌다.
 
두 사건 모두 문 정부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만큼 청와대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 당일 문 대통령의 이른바 '6시간 의혹'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진실 규명 요구가 커지고 있다. '6시간'은 이씨가 북한에 나포된 사실을 우리 정부가 알게 된 시점부터 피살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검찰은 6시간 동안 문 대통령의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이후 정부가 월북으로 발표하게 된 경위 등을 확인하려는 목적에서 대통령기록관 등을 압수수색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전직 원장들이 고발된 것을 국정원 보도자료 공개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 피격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그리고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국정원 고발 이후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피살 공무원 유족을 만나 진상규명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국민이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탈북 어민 북송사건 재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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