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우리 식탁에 '국산 콩' 더 많이 오르기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입력 2022-06-30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윤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사진=농촌진흥청]



'반드시 일어날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작물이 있다. 우리 민족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이 작물을 먹어왔는데, 중국 만주 지방과 함께 우리나라가 기원지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에서 동해로 흐르는 두만강은 한자로 이것이 가득 찬 강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쌀보다 이 작물에 관한 속담이 더 많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 선생은 '성호사설'에서 사람을 살리는 곡식 가운데 이것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하였다.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 중 하나로, 식량작물 중에서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또 항산화와 노화 방지, 항암에 도움이 되는 안토시아닌, 백내장 예방과 치료 효능이 있는 루테인,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레시틴, 골다공증을 개선하는 이소플라본 등 기능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최근에는 우리 품종으로 만든 인도네시아 음식 '템페'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바로, '콩'이다.
 
된장·고추장·간장부터 두부·콩나물까지. 콩은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그런데 오늘날 콩 자급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며, 외국산 콩 수입량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콩의 열 배가 넘는다. 대규모 기계화 작업을 통해 재배와 수확이 이루어지는 외국산 콩은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밖에 없다. '국산 콩을 왜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산 콩의 상당수가 기름을 짜거나 사료용으로 쓰기 위해 개발된 것과 달리 국산 콩은 우리 입맛에 맞는 다양한 반찬과 요리로 만들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콩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수입 길이 막힌다면 어떻게 될까? 바다 건너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 변화가 다른 나라의 밥상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 세계가 배우고 있다. 국내의 콩 생산량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농촌진흥청은 국산 콩 재배면적을 넓히고, 국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 논 재배에 적합하고 수량성 높은 품종 개발과 보급, 기계화 기술을 통한 재배의 규모화와 조직화는 곧 가격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두부와 장류를 만들기에 적합한 콩 '대찬'과 '선풍'은 바로 이런 방향성에 맞추어 개발된 품종이다. 지금까지 두부·장류용으로 많이 이용된 '대원'은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꼬투리 달리는 위치가 낮고 잘 쓰러져 대규모 재배에 필수적인 콤바인 수확 시 손실이 컸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꼬투리 위치 등 기계수확에 유리하면서 수량성도 높은 대찬과 선풍을 개발했고, 국립종자원과 협력해 대규모 논 콩 재배지를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27년까지 콩 자급률 37.9% 달성을 목표로 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작은 것을 흔히 콩에 비유하곤 하지만, 이 작은 곡물은 우리 민족의 밥상을 넉넉히 채우고 우리 조상의 몸을 튼튼하게 만들었다. 곳곳에서 콩 심기가 한창일 때다. 작은 씨앗은 여름을 나며 싹을 틔우고, 흙을 밀어 올리고 떡잎을 낼 것이다. 콩은 '행복'이라는 꽃말처럼 우리에게 건강한 먹거리라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밥상에 우리 콩이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