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그룹 주력인 첨단소재와 차량 유통(딜러사) 사업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특히 핵심 파트너인 벤츠나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가 삐걱댈 수도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HS효성은 전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 개관 행사를 진행했다. 명품 브랜드 성지인 압구정에 세계 최대 규모 럭셔리카 매장이 들어서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
HS효성 입장에서도 상징적인 행사다. 경쟁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를 제치고 벤츠의 최고 파트너 자리를 확보한 것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S효성은 조 부회장 주도로 최고가를 제시해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조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그룹 2인자인 안성훈 HS효성 대표가 축사를 했다.
재계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안 대표가 지주사인 HS효성 대표를 맡고 있지만 브랜드센터 운영 주체인 HS효성더클래스와는 무관한 인물인 탓이다. HS효성은 지주사 아래 다수 계열사가 포진한 구조가 아니라 조 부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3개 회사(HS효성, ASC, 신동진) 산하에 계열사가 흩어져 있다. HS효성더클래스는 조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ASC의 자회사다. 이를 두고 김건희 특검 소환 요구에 부담을 느낀 조 부회장의 자리를 안 대표가 대체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관건은 특검의 칼날이 어느 방향에서 어떤 수위로 들어올지다. 김건희 집사로 통하는 김예성씨가 설립한 IMS모빌리티에 각각 10억원씩을 투자한 HS효성더클래스와 신성자동차 등 계열사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센터 운영권을 얻고 1위 벤츠 딜러사로 도약하려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마이바흐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벤츠 입장에서는 딜러사의 사법 리스크가 달갑지 않다. 센터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딜러사인 HS효성더클래스와 신성자동차가 렌터카 업체인 IMS에 투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최대한 다양한 업체에 차량을 공급해야 하는 딜러사 입장에서 특정 업체 몰아주기로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의 대외 행보가 위축되면 성장과 정체 기로에 선 첨단소재 사업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HS효성의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매출 3조3112억원, 영업이익 21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성장했다. 전 세계 점유율 1위인 타이어코드 등 타이어보강재 판매량 증가에 따른 성과다.
이에 조 부회장은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타이어코드를 필두로 탄소섬유와 차세대 소재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 2018년 베트남 광남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4월 1억4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타이어코드 생산설비를 확장하기로 했다. 조 부회장을 필두로 HS효성 경영진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정부 요인들을 잇달아 만나며 세제 혜택과 다양한 정책 지원을 끌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다만 대규모 투자 여파로 HS효성첨단소재 재무 여건은 악화했다. 지난해 기준 단기성부채만 1조45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20%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돌발 악재까지 터졌다. 대미 수출이 쪼그라들어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통인 조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멈추면 HS효성의 현지 생산기지 확충 작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그룹사 매출에서 미국 비중을 줄이고 유럽·동남아 비중을 확대하려는 전략 역시 수정·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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