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상승에 올라탄 가격 '꼼수' 등장...국민 부담↑
  • "경쟁적으로 가격 올리면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아"
  • 해외처럼 횡재세 도입 필요 목소리..."취약계층 지원해야"

지난 6월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르면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혈안이지만, 정작 체감 물가는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각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유통 업체들이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식품, 생필품이나 원자재 등 판매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에 올라탄 가격 '꼼수' 등장...국민 부담↑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물가 당국은 6~7월 물가 상승률이 6%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가운데 지나치게 상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담합을 통해 부당한 폭리 행위를 일삼는 유통업체 단속에 나선다.

현재 국세청은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가격담합, 과도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질서 교란행위로 폭리를 취하는 탈세자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곡물 및 농축수산물 업계에 일부 업체들이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탈세까지 저지른 행태가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해당 업체들이 국제 곡물가 폭등에 따른 수급 차질에 편승해 유통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수산물 업계는 때 아닌 명태 대란을 겪고 있다. 명태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재고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8.2% 뛰었다.

명태는 통상 두 달 전 수입가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지난 4월까지 명태 수입 원가가 하락세를 겪음에도 소비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유통업자 등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식 업계는 원가 상승을 핑계로 과도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질서 교란행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4인 가구가 외식비로 지출하는 식대는 전년 동기 대비 17.0% 급증했다. 외식비를 물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외식비 상승률이 지난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5.4%)의 3배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외식비가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특히, 지난달 치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9% 오르며 처음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밀가루 등 원자재 구매 단가가 올랐다고 설명하지만,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닭고기 가공식품인 삼계탕 가격은 4.8% 오른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치킨 인상 폭은 눈에 띄는 수치다.

산업계에서는 물가 급등세 속에 가격 담합이 이뤄졌다. 건절자제 업체인 A 기업은 대규모 건설 현장에 건설 원자재를 납품하면서 동종 업계 관계자들과 비밀 대화방을 통해 납품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책정하기로 공모하고, 공급 물량이나 지역을 서로 배분하는 등 불법적 담합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 업계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반영률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국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실시 전인 지난해 11월 11일 대비 리터(ℓ)당 평균 294.53원 올랐다. 휘발유 유류세를 30% 인하하면 소비자는 ℓ당 247원씩 절감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이 환율을 반영해 ℓ당 420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주유소가 ℓ당 173원보다 적게 인상해야 소비자가 유류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 주유소 1만792곳 중 173원보다 적게 인상한 곳은 0.75%(81개)에 그쳤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유소는 국제 유가 인상보다 더 많이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유사와 주유소도 정부 정책에 동참해 유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줄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경쟁적 가격 인상은 물가 악순환...모두가 어려움 겪어"

지난 6월 2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시장 교란행위에 따른 물가 상승 악순환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나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경제·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돌아오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기업에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주기를 각별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수산식품 물가안정 대응반’을 설치하고 주요 품목 수급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 하면서 가격 불안 요인 발견 시 비축량 방출, 가격 할인 행사, 긴급 수입 검토 등 대응에 나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농산물 판매 구조를 보면 소비자 가격의 50% 정도가 유통 비용”이라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시장 경쟁을 강화하면서 유통 경로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5월 말 정부 비축 명태 500톤(t)을 방출한 바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명태 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조성되고 매점매석이 일어났었다”며 “도매 가격 여파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기 시작하는 시점에 방출 물량을 풀어서 증가세를 둔화시켰다”고 말했다.

7월부터는 병·캔으로 개별 포장된 김치, 된장, 고추장 등에 대해서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이들 품목을 부가가치세 10%를 뺀 가격에 판매한다. 수입 커피원두(생두)도 부가세를 면제 받아 생두 수입업체들은 부가세 면제분 만큼 인하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7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과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현장 점검에 나선다. 정부가 7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한 효과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에서 시행 중인 횡재세를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횡재세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세에 따라 발생한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따라 수익이 급증한 석유·가스 업체에 25% 초과 이윤세를 부과했으며 미국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따라 수익을 챙기는 업체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해당 재정을 국민에게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소득이 높은 계층은 물가가 올라도 소비 생활에 여파가 적을 수 있지만 취약 계층은 민감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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