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리셋] 나라빚 1000조 '눈덩이'…단순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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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6-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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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정부 채무잔액 1001조…강력한 재정 구조조정 드라이브

[사진=기획재정부]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법에 기반한 준칙으로 재정건전성을 강제하는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지속적인 국가채무 증가는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높은 만큼 새 정부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단순하면서 구속력 있는 방식으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재정준칙 상세기준을 세우고 입법 추진에 나선다. 재정준칙은 국가 부채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으로,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가 재정준칙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며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더 이상 손 놓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잔액은 1001조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3월 말(981조9000억원)보다 19조1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작년 45.4%에서 47.9%로 2.5%포인트 올라갔다. 올해 말엔 국가채무가 1068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준칙 마련되면 국가채무 관리 수월…"중장기적 재정 유지가능성 확보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재정수지를 통제할 준칙을 마련하면 국가채무가 자동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새 정부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정총량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각적 재정혁신 방안을 강구한다.

새 재정준칙은 단순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방안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2020년 12월 발표된 기존 준칙안은 국가채무를 60% 아래로 묶는 '채무준칙'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수지준칙'이 결합한 개념이다.

두 개의 기준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하나의 지표가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다른 지표가 하회하면 재정준칙을 충족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적자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하는 등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수지준칙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준칙은 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법제화를 통해 보다 엄격하게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전 정권에서 제출한 준칙은 관리 기준을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위임해 강제성이 떨어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령화·양극화 대응은 물론 코로나 이후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재정지출 압박이 매우 크다"며 "재정준칙과 같은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식의 재정 통제를 통해 중장기적인 재정의 유지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OECD 국가 중 한국·터키만 재정준칙 부재
우리나라는 채무비율이 매년 우상향하는 반면, 대다수 선진국은 반대 그래프를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수지 등을 기준으로 한 준칙을 운용해 재정정상화에 집중한 덕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개국(G7)은 모두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첫 해 비상 상황에서 가동한 긴급 지원조치를 회수하며 재정 정상화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지난해 175.0%로 2020년(185.5%) 대비 10.5%포인트 줄였으며, 캐나다 역시 같은 기간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9.6%포인트(126.9→117.3%) 감축했다.

프랑스는 7.9%포인트, 미국은 6.5%포인트, 영국은 6.0%포인트 줄였다. 국가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도 0.4%포인트 줄였다.

반면 한국은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어 채무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2023년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연평균 증가율(3.2%)은 OECD 평균(1.8%)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이는 재정위기 국가로 뽑히는 그리스(2.0%)보다도 가파른 수준이다.

OECD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6년 66.7%로 2020년(47.9%)보다 18.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폭은 35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반대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철저한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중 재정준칙을 도입한 경험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터키뿐이다.
 
재정준칙, 1994년 뉴질랜드에서 첫 도입…주요국 내용 살펴보니
199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된 재정준칙은 현재 90개국 이상에서 활용할 정도로 인기 있는 제도다.

미국은 1990년 제정된 예산집행법을 통해 5년간의 재량 지출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일률적으로 모든 분야 지출을 삭감하는 방식의 준칙을 도입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에는 재량지출에 대한 법정 상한을 설정해 2012~2030년 직접 지출에 대한 한도를 법률에 의해 통제하고 있다.

EU는 재정적자 비율을 GDP 3% 이하로 유지하고 국가채무 비율은 GDP 60% 이하까지 낮춰야 한다.

독일은 신규 채무규모를 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수입과 지출에 균형을 맞췄다. 연방정부에서는 2016년, 지방정부는 2020년부터 적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속가능한 재정 시스템이 없어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물론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저성장·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앞으로 재정 지출 소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가채무나 재정수지를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세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채무가 감소하는 국제적 흐름과 달리 한국은 채무가 급증하고 있어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해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상황에서 재정지출이 확대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국가채무 증가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상황은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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