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지기 나선 이커머스, 외형확장 대신 수익성 개선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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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6-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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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쿠팡]

외형 성장에 집중해왔던 이커머스 업계가 올해 들어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두면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팬데믹 수혜로 급성장했던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리오프닝(경기재개) 이후 안정적인 투자금 확보를 위해 ‘성장’보단 ‘내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캐피털(VC)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출자자(LP)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신규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VC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이면서다. 그간 투자를 위한 기업가치 판단에서 ‘혁신성’을 중시해왔다면, 최근에는 실질적인 ‘수익성’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적자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 외형 성장 이뤘지만…만성 적자 ‘이커머스 기업’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IT와 물류 혁신, 대규모 인재 채용 등에 투자하며 빠른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51억1668만 달러(약 6조5212억원)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2억570만 달러(약 262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올해 IPO(기업공개) 작업을 앞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역시 외형 성장에도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49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성장했다. 총거래액도 5조7174억원으로 22%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1079억원으로 전년(-469억원)보다 악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 변수로 인한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뭉칫돈이 몰렸던 이커머스 기업들에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투자를 지속해 외형 성장을 이루고 기업가치를 높여 다시 투자받는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투자금이 막히고 투자자들로부터 실적 압박을 받게 되면 정체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SSG닷컴]

 
◆ 리오프닝과 투자심리 위축··· 업계 1위 쿠팡도 ‘수익성 제고’ 모색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큰 수혜를 봤다.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됨에 따라 이커머스 기업들도 덩달아 성장을 이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형 확장에 초점을 맞췄던 이커머스 기업들은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집을 키웠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온 것이다. 거래액을 늘리고 많은 고객을 유입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자에도 외형 확장에 집중해왔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최근 들어 ‘수익성 개선’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리오프닝을 맞아 오프라인 쇼핑 시장이 살아나면서 온라인 기업이 누렸던 수혜가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위축도 내다보고 있다.
 
‘계획된 적자’를 내세워왔던 쿠팡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수익성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1분기 실적을 통해 핵심 사업부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을 조기 달성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은 쿠팡의 가격 프로모션 축소와 유료 멤버십 서비스 ‘와우’ 월 구독료 인상이 GPM(매출총이익률)의 개선을 이끌었다고 봤다. 쿠팡은 이달 와우 구독료를 2900원에서 49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거래액과 회원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 구독료를 높여 수익성 제고에 나선 것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의 시대가 밝았다는 것은 이커머스 사업자의 폭발적인 성장기가 지났음을 의미하고 있다”면서 “고물가에 따른 유동성 축소라는 시기는 여전히 수익성이 좋지 못한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추가 자금 조달에 있어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진한 국내 증시…IPO 예고한 SSG닷컴‧오아시스마켓 향방은?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하자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는 커머스 기반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IPO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할 당시만 해도 IPO 시장에서 이커머스 기업들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해 하나둘 준비를 미루는 분위기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들이 현시점에서 상장을 추진하면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SSG닷컴은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를 끝냈지만, 아직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았다. SSG닷컴은 현재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주관사와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지난해 대표 주관사 선정을 마쳤지만 아직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마켓은 IPO 예정 기업 중 가장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2011년부터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이랜드리테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오아시스마켓은 약 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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