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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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기자
입력 2022-06-1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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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7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5년 11월 14일, 약 13만명이 참여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51명의 집회참가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됐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경찰이 쏜 물대포에 백남기 농민이 쓰러져 1년여 투병생활 끝에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 2016년 10월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이듬해 3월까지 20차례 열린 촛불집회에는 1600만명에 육박하는 시민이 참가했다. 130일이 넘는 촛불집회 기간에 폭력사태로 인한 연행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3월 26일부터 2016년 12월 25일까지 서울경찰청 제3기동단에서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했다.
 
경찰 기동단 소속으로 수많은 집회·시위의 현장을 경험하며 느낀 바가 있다. 한국 경찰의 ‘인내 진압’ 기조로 인해 집회·시위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대개 집회·시위 참가자들이라는 것이다.
 
인내 진압이란 경력으로 ‘사람의 벽’을 세우고 확성기로 자진 해산 등을 요구하는 수동적인 자세로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방법이다. 크지 않은 수준의 집시법 위반에도 엄정한 법 집행 대신 주의와 계도로 대응한다.
 
집회·시위 참가자가 침을 뱉고 지나가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수준이다. ‘완전 진압복’의 헬멧 위로 주르르 흐르는 가래침을 닦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했던 여름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잉 진압이란 비판을 받았던 민중총궐기 사태와 평화 시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촛불집회 모두 경찰의 대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잠잠하던 집회·시위 관련 이슈가 다시 시끌시끌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화물연대 총파업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부임 전부터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윤 대통령의 기조가 불법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등 엄정한 법 집행을 권장하는 모양새다.
 
경찰의 인력난이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이러한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에 따라 경찰은 2018년부터 의경 대원을 매년 20%가량 줄이고 있다. 2021년 6월 마지막으로 선발된 인원이 모두 병역을 마치는 2023년 6월이 되면 의경 제도는 완전히 폐지된다.
 
경찰에 따르면 의경 대원을 선발할 당시 경찰의 경비 인력은 의경 대원과 경찰관 기동대를 합쳐 3만6000명에 달했다. 현재 규모의 2.5배 수준이다. 2023년까지 경찰관 기동대 인원은 2만명 언저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의경 해체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과 같이 ‘인내 진압’ 기조를 유지하기엔 절대적 경력 부족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최근 한 경찰청 용역 보고서에서도 집회·시위에 대해 ‘인력 위주의 대응은 더 이상 곤란하다’는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유력한 방안 중 하나다.
 
능동적인 집회·시위 진압 기조로의 변화 가능성이 폭력 진압으로의 변화를 뜻하진 않는다. 불법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이 이뤄진다면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로 대응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유례 없는 평화 시위를 통해 민심을 관철한 경험이 있다.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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