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이종섭 국방부, 애초에 한·일 장관 회담 계획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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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2-06-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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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섭, 샹그릴라대화 참석...싱가포르로 오늘 출국

  •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대면 회담 검토 중

  • 한‧미‧일 안보협력은 OK, 군사협력은 NO 기조 확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진=국방부]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 등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10일에서 12일 사이로 기대를 모았던 한·일 국방장관 대면 회담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출국한다.
 
이 장관은 12일 본회의의 '아태지역 및 유럽에서 공통의 국방도전' 주제 세션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회의 기간 한·미와 한·중 양자회담, 한·미·일 3자 회담뿐만 아니라 주요국과도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안보정세와 해당 국가와 양자 국방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샹그릴라 대화 최대 관전 포인트로 여겨졌던 한·일 국방장관 대면 회담은 열리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한·일 국방장관 대면 회담 자체를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일 회담에서 3국 연합훈련이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의제 중 하나가 한·미·일 안보협력 증진”이라면서도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 나라에) 제의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OK, 군사협력은 NO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사진=연합뉴스]

미·일 양국은 지난 2월 미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3국 합동 군사훈련을 제안했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협력 강화 차원에서다.
 
그러나 우리 측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미·일 양국의 제의에 난색을 표했다. 우리 측이 미·일의 3국 합동훈련 제안을 거부한 주된 이유는 미·일 양측이 우리 영해 등 한반도 주변 수역을 훈련 장소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측에서는 '동해나 서해에서 한·미·일 합동훈련을 실시할 경우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까지 자극해 역내 정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일본 자위대가 합동훈련을 위해 우리 영해 등에 진입할 경우 국민 거부감이 거셀 것이라는 판단도 한·미·일 합동훈련을 부정하는 이유로 꼽혔다. 
 
다만 한·미·일 3국은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안보 협력 중요성은 공감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 도전 대응 △공동 안보와 번영 수호와 공동 가치 지지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 강화다.

북핵·미사일 견제 행보에서 군사적, 경제적으로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대응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에서는 한·일 관계가 한·미, 미·일 관계와 같이 가까워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일 국방장관 대면 회담에 대한 논의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사실은 정부 입장을 뒷받침하는 국방부의 고민을 역력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이 강제징용과 역사 왜곡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경제 분야에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도 고민거리다. 결과적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외친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전략외교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라 한·일관계에 있고, 한·일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과거사 문제”라며 “문제를 돌파할 결단이 있어야 윤석열 정부의 전략외교가 전반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국방장관회담은 검토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 [사진=중국 국방부]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추진하지 않은 것과 달리 국방부는 이 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중 국방장관회담이 열릴 경우 지난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회담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주요 의제는 △북한 제7차 핵실험에 대한 공조와 △우리 정부가 '정상화' 의사를 밝힌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장관은 한·중 국방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제7차 핵실험 준비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력방안을 우선 논의한다. 다만 중국에 ‘중재’라는 직접적 표현보다는 ‘건설적인 관여 기여’ 정도로 톤을 낮춰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의 주요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 지위를 활용,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에 따른 미국 정부 주도의 추가 제재 결의안을 부결시킨 만큼 '한·중 국방장관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의 무력도발을 자제시킬 묘수가 도출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보다 우리 정부가 5년째 '임시배치' 상태에 있는 경북 성주 소재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정상화 의사를 밝힌 것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사드와 관련해 중국은 자국 안보 위협 요소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관철해왔다. 2016~2017년 사드 배치 결정과 실재 배치과정에서부터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정부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한 이유다. 한한령 여파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사드에 관해 논의될 것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정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는 우리나라와 미국·중국·일본 등 아·태 지역 주요국 안보사령탑이 총출동하는 행사다. 이 행사는 2002년부터 열려왔으나,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 전 세계적 유행 때문에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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