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소·고발 사건 처리당 2만원 수당 추진…수사 기피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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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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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관 처우 개선 첫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일선 수사관들에게 사건 처리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업무 과부하, 외압 등 문제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안 중 하나로 수당 지급을 꺼낸 것이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전국 일선 경찰서 경제·사이버·지능팀 수사관 7600여 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수당을 지급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안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수당은 고소·고발 사건을 1건 처리할 때마다 2만원씩, 최대 월 40만원 한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일선 수사관 처우 개선 측면에서는 첫발을 뗐다는 평이다. 그간 과중한 현장 업무 등 일선 수사관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른바 '당근'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수사부서의 과중한 업무 대비 대우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이 맡아야 할 사건이 늘면서 일선 수사관들의 부담은 커졌다.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책임이 늘었고, 검찰의 수사권 축소 법안이 오는 9월 시행되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전체가 경찰로 넘어온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사관 1인당 보유 사건 수는 17.9건이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고소·고발 건수가 증가한 것과 함께 '악의적 민원'도 수사관들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자신의 고소 사건 수사가 뜻대로 되지 않자 담당 경찰관을 무고한 50대 여성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추징금 500만원을 명령받았다. 해당 여성은 자신의 고소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게 200만원을 주려다가 거절당한 뒤 같은 해 재차 500만원 상당 금품을 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업무량과 책임 등 증가로 수사부서 기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수사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진다. 수사부서에서 장기복무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일종의 노하우 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유 사건 건수가 많아지면서 개별 사건에 대해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현실적인 보상으로 수사 역량 제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복무자를 늘려야 하는데, 유인책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당 지급 외에도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사진=연합뉴스]

외압·업무 과부하 등 수사관 괴롭히는 요인 여전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시행 3개월여를 앞두고 일선 경찰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무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수사관들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찰 업무와 책임만 커지는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경찰력 강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선 경찰들은 '수사관 인력 확충'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경험이 많은 수사관들도 후배나 새로 전입한 수사관을 교육시킬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소한 현장 인원은 채워줘야 하는데 부족한 인원들이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차출돼 현장 인력 부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이 부족할 때 지구대·파출소 등 현장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에서 차출하는 사례가 반복돼 일선 현장에서는 업무 과부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6대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검찰에서 보완했던 사안도 경찰로 넘어오면서 수사가 지연된다는 문제점도 제기된 바 있다.

외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재 일선 수사관들 상황도 논의 대상이다. 검사는 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찰은 그렇지 않다.

이에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들 승진 등을 위해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일선 수사관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범죄까지 떠안게 된 경찰···공소시효 늘려야

검찰은 내년부터는 공직선거법 수사에서 손을 뗀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축소하는 '검수완박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검찰은 올해까지만 선거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향후 선거범죄까지 경찰에 넘어오면 업무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방선거 관련 선거사범 수는 2018년 4207명으로, 2010년과 2014년에도 4000명을 웃돌았다. 광역·기초단체장 등 전국에서 동시에 선거를 치러 관련 범죄도 많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에는 통상 2000~3000명 정도가 입건된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다. 선거범죄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탓에 수사가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특히 재판 결과에 따라 공직이 박탈될 가능성도 있어 경찰로서는 수사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 난이도와 사건 수를 고려해서라도 공소시효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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