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몇 년간 은밀히 확산됐을 가능성↑"…확진자 한 달 만에 1000명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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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6-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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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병과 증상 유사해서 오진됐을 가능성 높아

  • 불확실성 가득…억제 가능성도 미지수

  • 천연두 백신 의무화 세대인 50대 이상 비교적 감염 우려 낮아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확인된 뒤 한 달여 만에 1000여 명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큰 문제가 아니라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예상과 달리 세계 곳곳에서 확진 사례가 터져 나오자, 바이러스 억제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원숭이두창, 몇 년간 은밀히 확산했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 [표=Our World in Data] 


7일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6월 5일 기준으로 미국,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27개국에서 총 919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확인됐다.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된지 한달여만에 1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빠른 확산세에 놀란 일부 과학자들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갑자기 출현하기 전에 지난 수년간 조용히 전 세계에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한다. 원숭이두창은 서부 및 중앙아프리카 일대 국가에서는 풍토병이었으나 이들 지역이 아닌 곳에서 지금처럼 바이러스가 창궐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는 드물었기 때문에 현 상황을 설명할 단서를 찾는 데 과학자들은 골몰하고 있다. 

WHO의 원숭이두창 책임자인 로자문드 루이스 박사는 지난 6월 1일 브리핑에서 “감지되지 않은 바이러스 전파가 있었을 수 있다”며 “우리가 모르는 것은 그러한 전파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다. 몇 주인지, 몇 달 혹은 몇 년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벨기에 루벤 대학의 바이러스학 교수인 마크 반 란스트 역시 최근 NBC뉴스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은 채 얼마나 오랫동안 유통돼 왔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이것이 몇 주 전에 아프리카에서 튀어나왔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보건보안센터의 수석 학자인 아메쉬 아달자 박사는 “아프리카의 풍토병이 벨기에의 광란의 파티(레이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원숭이두창이 성병으로 오인돼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의 증상은 매독 등과 유사하기 때문에 성병과 혼동될 수 있다. 실제 최근 유럽과 미국의 확진 사례 가운데 일부는 성병으로 진단받기도 했다. 그러다 이전에는 생소한 질병인 원숭이두창이 알려지고, 공중보건당국과 개인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확진자가 최근 들어 급증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질병이 인지되면 훨씬 더 많은 사례를 발견하곤 한다”며 원숭이두창이 미국이나 유럽 등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오랜 기간 은밀하게 전파됐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서는 텍사스와 메릴랜드에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이들 확진자들은 나이지리아에 여행을 다녀왔었다.  
 
불확실성 가득…억제 가능성도 미지수

지난 5월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우즈베키스탄발 탑승객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루이스 박사는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억제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알 수 없다”며 “WHO와 모든 회원국의 목표는 확산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숭이두창에 걸린 환자를 추적하고 이들을 격리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에 확진자를 빨리 식별하기 위해 감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원숭이두창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저절로 해결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심각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현재까지 원숭이두창으로 인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WHO의 마리아 밴커코브 박사는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와 어린이 등에는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한 확진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입원한 상황이라고 CDC는 밝혔다.
 
WHO에 따르면 2022년에 아프리카 5개 국가에서 보고된 원숭이두창 사망자는 70여 명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콩고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천연두 예방접종이 지난 1980년에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CNBC는 짚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같은 바이러스 계열에 속한다.
  
반 라스트 교수는 전염병 확산 속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적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4000여 명에 이르면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000여 명 수준에 머무를 경우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징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은?…50대 이상이 비교적 감염 우려 낮아 
일각에서는 50세 미만인 사람들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두 백신 접종이 의무였기 때문에 40~50대 이상의 연령대는 비교적 감염에서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루이스 박사는 세계 각국이 보유한 천연두 백신 대부분이 현재 기준에 맞지 않는 1세대 백신이라고 말했다. 천연두 백신은 1~4세대로 구분되는데 1세대와 2세대 백신은 제조 방법 등이 다르다.
 
차세대 백신과 치료제는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WHO는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업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루이스 박사는 “WHO는 대량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일부 커뮤니티에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의 증상으로는 발진, 발열, 두통, 근육통, 부기 및 요통 등이 있다. 의심 사례가 확인되면 병변이 딱지가 되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격리해야 한다. WHO는 확진자와 접촉했을 경우 21일 동안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증상이 관찰되는 동안 혈액, 세포, 조직, 장기 등을 기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숭이두창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피하고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영국은 지침을 통해 원숭이두창을 진단 받은 환자는 바이러스가 사라질 때까지 격리할 것을 권고한다. 
  
질병은 일반적으로 경미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주 내에 회복된다. 영국의 국립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는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확진자는 전문 병원에 입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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