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공포] 정부 '뒷북' 정책…할당관세도 효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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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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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로 돼지고기 등 수입국 이미 관세율 0% 적용…가뭄 대응도 늦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2022.6.5. [사진=기획재정부]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한 달여 동안 먹거리 물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 기대와 달리 밥상 물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어서다. 이러다 보니 보여주기 정책이라거나 조삼모사식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30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내놓았지만 먹거리 가격은 고공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에는 국민이 많이 찾는 돼지고기를 비롯해 해바라기씨유·밀가루 등 14대 품목에 연말까지 '관세율 0%'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 관세를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낮추는 제도다. 기존에는 돼지고기에 22.5~25%, 대두유(콩기름)와 해바라기씨유에 5%, 밀가루에 3.0% 관세를 물리고 있었다.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으로 돼지고기 원가가 최대 18.4∼20.0% 내려갈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돼지고기 값은 여전히 1년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지난달 30일 100g 기준으로 2932원이던 돼지고기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이달 2일 2959원으로 다소 올랐다 5일 2848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다소 내려가긴 했지만 1년 전(2527원)보다는 여전히 비싸다.

이런 현상은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돼지고기 수입국 대부분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터라 이미 관세 0%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돼지고기 수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이 36.4%로 가장 많다. 이어 스페인 20.1%, 네덜란드 8.9%, 오스트리아 7.2%, 칠레 7%, 캐나다 6.6%, 덴마크 5% 순이다.

이 가운데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FTA 체결로 이미 수입관세가 없다. 지난해 7월부터는 유럽연합(EU)에서 들여온 삼겹살과 미국산 냉장삼겹살에도 관세 0%를 적용해 이들 국가가 생산한 돼지고기에 일부 남아 있던 마지막 관세도 사라졌다. 주요 수입국 가운데 돼지고기 관세를 내는 국가가 많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캐나다도 조만간 관세 제로 국가가 된다. 2014년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캐나다는 2027년부터 현행 8.6% 수준인 돼지고기 관세가 없어진다.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는 가뭄 관련 대책도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과 6일 차관 주재 가뭄 상황 점검회의와 가뭄 대책 추진 상황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가뭄으로 농가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 대책이 늦었다는 지적이 거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할당관세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면 유동성 회수라는 근본적인 대책을 단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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