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에너지·제조·교육·금융…AI 혁신 잠재력 큰 5대 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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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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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정책연 'AI 융합경쟁력 지수' 개발

  • 에너지 관리, 금융 비용 절감 등 유망

  • 행정·복지·예술·문화 전략적 투자 필요

  • 국가간 경쟁력 검증 지수로 발전 기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 구도를 뒤바꿀 핵심 분야로 부상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AI 분야 국가 역량 향상이 주요 목표로 설정됐다. 당장 첨단 AI 기술의 연구개발(R&D) 역량 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선두로 꼽히지만, 국가 역량 강화의 성패는 AI 기술과 주요 산업 간 융합 경쟁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 연구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식, 기술, 시장 등의 관점을 아울러 산업별 AI 기술의 융합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평가지수가 만들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국내 주요 업종별 AI 기술의 융합 수준과 역량을 진단하는 도구로 '산업별 AI 융합경쟁력 지수'를 개발하고, 국내 19개 산업 대분류에 대해 산업 내 AI 융합 역량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기존 국내 AI 관련 산업 연구는 타 산업과의 융합에 대한 고려 없이 투입과 산출 관점의 경쟁력 평가만을 다룬다는 한계가 있었다. SPRi의 연구는 AI 융합경쟁력을 "국가 경제 번영을 목적으로 산업에 AI를 접목시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회적·시장적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는 산업의 혁신 역량"으로 정의한다.
 

AI 융합경쟁력 지수 구성 변수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정보통신업·제조업 등 AI 융합경쟁력 선두…예상된 결과"
19개 산업 가운데 AI 융합경쟁력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되는 상위 5대 산업은 정보통신업, 전기·가스·증기·공기 조절 공급업, 제조업, 교육 서비스업, 금융·보험업이다. 지수를 산출하기 위한 지식·기술·시장 지표의 가중치 비율에 따라 3~5위 내에서 제조업, 교육 서비스업, 금융·보험업 등의 서열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어느 쪽이든 정보통신업과 전기·가스·증기·공기 조절 공급업은 1·2위를 차지했다.

SPRi의 '산업별 AI 융합경쟁력 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지수를 제안한 연구자들은 "정보통신업은 AI 기술의 공급 업체들이 소속된 산업군으로 융합경쟁력 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봤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에서 제조업의 경쟁력 지수가 높은 것은 예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교육 서비스, 금융 분야에서 AI 도입이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스마트한 에너지 관리, 맞춤화된 교육, 최적의 금융 서비스 개발과 비용 절감 등은 AI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AI 융합경쟁력 지수에 반영된 지식 기반 지표는 해당 분야의 AI 융합 관련 연구인력, 논문 수, 논문 평균 인용 수, 연구원 수 대비 R&D 투자액 등으로 구성됐다. 지식 기반 지표에서 절댓값으로 AI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도매·소매업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분야의 보유 연구 인력, 평균적인 영향력(논문 인용 수)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수에 반영된 기술 기반 지표는 AI 관련 업종별 특허 수, 특허 평균 인용 수, 평균 패밀리 특허 수, 특허협력조약(PCT) 출원 건수, 특허권자의 영향력지수(PII), 기술력지수(TS), 시장확보지수(PFS) 등으로 구성됐다. 특허의 영향력이나 기술력, 시장 확보 차원에서 제조업과 광업이 AI 기술 융합 역량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 기반 지표에는 각 산업의 AI 기술 활용도, 클라우드 활용도, 빅데이터 활용도, 4차 산업혁명 기술 자립도, 연구소 및 전담조직 등이 고려됐다. 기술의 도입과 활용 측면에서 정보통신업, 전기·가스·증기·공기 조절업, 금융·보험업, 교육 서비스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이 상위 5개 산업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전반적으로 변수에 일관된 결과가 나타난 것을 통해 시장 단계에서 AI 융합경쟁력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 역량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개 대분류 산업별 AI 융합경쟁력 지수 분석 결과 (파란색은 지식·기술·시장 가중치 30:30:40, 초록색은 20:30:50 비율로 계산됨)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행정·복지·예술·문화 분야 AI 융합 저조…"전략적 투자 필요"
19개 산업 가운데 AI 융합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분야는 운수·창고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 농업·임업·어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 부동산업 등이었다. 이 가운데 13~14위인 운수·창고업과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지식·기술·시장 지표의 가중치 비율에 따른 서열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AI 융합경쟁력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는 행정, 복지, 예술, 문화, 스포츠 등 서비스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AI를 활용해 산업의 경쟁력과 산업의 융합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야에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이 업종에서 AI 융합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가 "기술을 활용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분야에서 산업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AI 전문가를 매칭해 개념검증(PoC) 사업을 진행하며 AI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AI 융합(수준)이 낮게 나타나는 산업 현장에서 AI 기술과 전문 인력을 활용해 해결이 필요한 과제를 발굴하거나 창의적 도전과제를 탐색하는 정책 사업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I 융합이 미흡한 분야에서 융합 실험을 촉진하는 해외 지원사업 사례로 싱가포르의 AI 활용과제 지원사업인 '100 익스페리먼츠(100 experiments)'가 소개됐다.

100 익스페리먼츠는 과제를 제안한 조직이 기존 상용화된 AI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는 산업 분야에서 AI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체 AI 부서를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지원하는 AI 확산 사업 'AI싱가포르(AISG)'의 대표적인 민간 지원 사업이다. AISG는 선정된 100 익스페리먼츠 과제 연구를 수행하는 싱가포르 소재 대학이나 연구기관 소속 책임자에게 과제당 최대 25만 싱가포르달러(약 2억3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AISG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100 익스페리먼츠 지원 프로젝트 86개가 선정됐고 이 가운데 48개가 완료, 38개가 수행 단계에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 간 동종 업계·기업별 재무 성과의 AI 영향력 검증돼야"
주요국은 기술패권 시대 대응에 나서기 위해 핵심 기술과 첨단 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혁신경쟁법, 중국은 제14차 5개년 규획, 유럽연합은 신사업전략, 일본은 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 등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점 투자 분야로 AI 기술을 선정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차원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민·관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위한 계획을 제시하면서 AI 분야의 국가 역량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R&D와 기술 육성 목표를 제시했다.

AI 융합경쟁력 지수는 AI와 직접적 관련이 없던 개별 기술 또는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여러 산업과 시스템의 발전, 시장 차원에서의 성과를 검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향후 국가 AI 경쟁력 강화 정책 투자가 전개될 때 정책입안자들이 융합에 초점을 맞춰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융합경쟁력 지수를 고안한 SPRi 연구자들은 "AI 융합경쟁력 지수가 지속적인 고도화 연구를 통해 AI의 산업적 파급 효과, 기여도를 실증할 수 있는 독립 변수로 추적·관측될 필요가 있다"며 "지수는 국내 산업간 비교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우나 국가 간 동종 업계의 비교 결과는 정책적으로 더 큰 함의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자들은 또 추가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산업별 표본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산업별 AI 융합경쟁력이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실증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AI 활용 기업 실태 조사 등을 통해 기업별 AI 융합경쟁력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도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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