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35) 베트남 관광산업을 견인하는 까오방 7경(七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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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이사장, 전 조선대교수
입력 2022-06-0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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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이사장]

베트남의 북부 지역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까오방은 독립과 통일의 산실이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선향(仙鄕)이다. 성도(省都)인 까오방시에는 방(Bằng)강에 둘러싸여 있고, 전쟁 영웅 보응우옌잡 장군 대로가 중심을 가로지른다. 까오방시에는 산악지역답게 지역 특산물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특유의 신맛이 나는 퍼쭈어(Phở Chua)는 다른 지역에서 맛보기 어려운 북부 산악 지방의 고유 음식이다. 길가의 담벼락에 거울이 하나 걸려 있는 ‘거리의 이발소’도 눈길을 끈다. 머리를 깎고 나면 감는 것은 집에 가서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몫이다. 까오방시는 하노이로부터 약 280㎞ 북쪽에 있으며, 교통수단에 따라 다르나 약 8시간 소요된다. 야간 운행 버스도 있다. 버스는 하노이 미딘(Mỹ Đình)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 까오방을 여행하는 시기는 우기를 피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적기이다. 북부 베트남의 겨울에 해당하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춥고, 우기인 5월부터 9월까지는 무덥고 다습하므로 시기에 맞는 적당한 옷을 준비해야 한다. 까오방성에 가면 놓쳐서는 안 되는 ‘까오방 7경’이 있다.
 
1경: 반지옥(Bản Giốc) 폭포
 
반지옥(Bản Giốc) 폭포는 이과수, 빅토리아,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폭포이며 높이 53m, 폭이 300m에 달한다. 쭝카인(Trùng Khánh)현, 담투이(Đàm Thủy)면에 위치한 반지옥 폭포는 베트남과 중국 국경을 이루는 꿔이선(Quây Sơn)강으로 흐른다. 꿔이선강의 서쪽 반은 베트남 영토에 속하고, 동쪽 반은 중국 영토에 속하고 있어, 관광객도 자국 수역 내에서만 운행하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에 엔진을 장착한 유람선을 타고 폭포 밑까지 둘러볼 수 있다. 반지옥 폭포의 관광에 적합한 시기는 건기인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좋다. 건기가 끝나갈 때는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1시까지 수위 조절용 댐을 개방하여 꿔이선 강물을 끌어다 수량을 조절한다. 반지옥 폭포에 관광을 가면, 이 지역 특산물인 구운 토종 쥐밤을 한 봉지 사서 별미로 맛볼 수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간식이다.
 

[반지옥 폭포의 오른쪽은 중국 영토이다]

2경. 죽림사(Trúc Lâm Phật Tích)
 
반지옥 폭포에서 멀지 않은 산자락에 베트남 전통 스타일의 사찰 죽림사(Trúc Lâm Phật Tích)가 있다. 높은 곳에 있는 대웅전에 오르면, 주변은 온통 카르스트 지형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전면이 탁 트여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죽림사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반지옥 폭포 전경은 또 다른 각도에서 눈을 즐겁게 해준다.
 
3경. 응엄 응와오(Ngườm Ngao) 동굴
 
응엄 응와오 동굴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독특한 종유석 동굴이다. 응엄 응와오 동굴은 쭝카인(Trùng Khánh)현, 담투이(Đàm Thủy)면에 있고, 반지옥 폭포와 약 3㎞ 떨어져 있어 반지옥 폭포로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에 들르면 약 3억년 전에 형성된 신비한 종유석 동굴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서야 일반에 개방되어 훼손되지 않은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태고의 신비함을 맛볼 수 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각양각색으로 생긴 종유석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동굴의 총 길이는 2144m이지만 훼손을 막기 위해 948m까지만 관람이 허용되고 있다. “응엄 응와오(Ngườm Ngao)”란 말은 소수민족인 따이족의 말로 ‘호랑이 굴’이란 뜻이다. 옛날에 동굴 속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동굴의 여러 갈래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서로 뒤섞여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와 같다고 ‘호랑이 굴’이라고 한다는 속설도 있다. 까오방시에서 약 60㎞를 달리면 쭝카인 현청 소재지에 도착하고, 다시 30㎞를 가면 반지옥 폭포가 나오는데, 폭포 가는 길에 동굴 안내 간판이 나와서 진입하면 된다.
 

 

4경. 탕핸(Thang Hen) 호수
 
탕핸 호수는 하장시 북쪽으로 34㎞ 떨어진 꽝호아(Quảng Hòa)현, 꾸옥또안(Quốc Toản)면에 있으며, 해발 1000m 높이에 있다. 건기에는 36개의 작은 호수가 생기지만, 우기에는 수위가 올라 하나의 호수로 변해 주변의 바위산이 거의 물에 잠긴다. “탕핸(Thang Hen)”이라는 말은 소수민족 따이(Tày)족의 말로 “벌 꼬리”라는 뜻인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호수가 마치 벌의 꼬리같이 생겼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호수는 수위에 따라 다르지만 폭이 100~300m, 길이가 500~1000m 정도로 짜린(Trà Lĩnh)강의 물 공급원인데, 건기와 우기에는 수위가 15~20m 차이가 난다. 석회암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모여 색깔이 벽옥색이라 다른 호수와 비교되고 청량감을 주는 아름다운 호수이다.
 
5경. 빡보(Pác Bó) 혁명 전적지
 
까오방시에서 북쪽으로 52㎞ 떨어져 있는 빡보(Pác Bó) 혁명 전적지는 호찌민 주석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베트남의 독립투쟁과 8월 혁명의 역사 교육장이다. 호찌민의 독립투쟁 발자취를 둘러보기 위해 탐방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빡보 동굴은 호찌민 주석이 해외에서 30년간 독립운동을 하다가 1941년에 귀국하여 혁명 전초기지를 세우고 1945년까지 혁명을 진두지휘한 곳으로 국가 특별 유적지로 지정되었다. 꼭보(Cốc Bó) 동굴이라고도 하는데, ‘빡보’와 ‘꼭보’는 소수민족의 따이 눙(Tày Nùng)어로 ‘시원(始原)’, ‘발원(發源)’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레닌천’의 발원지이다. 마치 한강 발원지인 태백 검룡소(儉龍沼)와 같은 곳이다. 빡보 동굴에서 중국까지는 불과 100~200m로 중국 국경이 아주 가까워 비상시에는 중국으로의 탈출이 용이하고, 중국에 있는 베트남 독립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연대가 편리한 장점이 있었다. 호찌민 주석은 자신이 작명한 ‘레닌 천(川)’에서 낚시를 하고, 벽옥처럼 푸른 1급수 ‘레닌천‘이 감돌아 흐르는 ‘칼 마르크스 산(山)’을 거닐며 혁명을 구상했던 빡보 동굴에는 호찌민 주석이 당시 사용했던 돌 탁자, 추위를 피하기 위한 화로, 대나무 침대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레닌천 옆에는 호(胡) 주석이 앉아 낚시하던 바위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동굴은 내부면적이 80㎡ 정도에 불과하고, 입구는 협소하여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다. 입구에는 호 주석이 직접 바위에 새겨 놓은 “8/2/1941” 이란 날짜가 있는데, 이는 호 주석이 동굴에 와서 생활하기 시작한 시점을 표시해 놓은 것이다. 
 

[레닌 천(川)에 호 주석이 앉아서 낚시를 했던 바위]

 
6경. ‘천사의 눈’산(Núi Mắt Thần)
 
탕핸 호수에서 약 2㎞ 떨어진 짜린(Trà Lĩnh)현, 꾸옥또안(Quốc Toản)면, 반자인(Bản Danh) 마을에 ‘천사의 눈’으로 불리는 산이 있다. 신기하게도 해발 50m 높이의 산중턱에 직사포에 맞은 듯 큰 구멍이 뻥 뚫려있다. 그래서 따이족 현지 주민들은 ‘구멍 산’이라고 한다. ‘천사의 눈’산은 일년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지만, 건기에 해당하는 9-10월이 가장 좋다. 이때는 탕핸 호수가 점차 물이 빠져 여러 개의 호수가 형성되고, 산과 구름 낀 하늘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최고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사의 눈’산을 향하는 길을 따라 반자인(Bản Danh) 마을에 도착하면 소수민족의 전통 가옥, 벼가 자라고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논, 옥수수밭, 한가로이 먹이를 뜯는 물소 떼가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주고, 신선의 나라에 온 듯 세상 잡념이 사라지고,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한번 머물면 떠나고 싶지 않은 곳! 이곳이 ‘천사의 눈’산이 있는 반자인(Bản Danh) 마을이다. ‘천사의 눈’을 보면 천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중턱에 구멍이 뚫린 ‘천사의 눈’산]

7경. 논느억 지질공원(Công viên địa chất Non nước)
 
세계 50대 절경에 포함된 논느억(Non nước) 지질공원은 면적이 약 3390㎢로 UNESCO는 2018년 4월 12일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인하였다. 베트남은 하장성의 동반 지질공원에 이어 유네스코가 공인한 2개의 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논느억 지질공원에는 화석, 화산석, 광물, 석회암 동굴에 5억 년 지구 역사의 변화와 진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학술적 연구가치와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성이 매우 높다.
 
베트남 관광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COVID-19로 빈사 상태의 관광산업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성장의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가고 싶은 세계 여행지 20곳에 베트남에는 할롱만, 하장성의 동반 지질공원, 퐁냐-깨방, 닌빈, 꾸이년 지역 5곳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까오방 7경(八景)’이 관광 상품화되면, 베트남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더욱 인기가 올라갈 것이다. 천혜의 경관, 다양한 음식과 저렴한 여행비가 관광객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경환 필자 주요 이력

▷한국글로벌학교(KGS) 이사장 ▷하노이 명예시민 ▷전 조선대 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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