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상한가격제 도입 임박···한전 살리기에 속 타는 발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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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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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력 구매비 늘었지만 전기요금 그대로

  • 역대 최대적자에 전력가격 상한선 방침

  • 한전에 전기 팔아 수익창출 어려운 상황

  • 연말까지 영업익 4000억가량 줄어들듯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 경영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인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가 도입 한 달 가량을 앞뒀다. 이에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매하는 민자발전사들은 한국전력 다음으로 자신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국제유가·천연가스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이 장기간 유지된다면 사실상 거의 수익 없이 전기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특히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는 민자 LNG발전사를 놓고 올해 말까지 영업이익이 총 4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정예고로 오는 14일부터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이 전격 시행된다. 사상 최대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을 위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올 때 적용하는 전력시장가격(SMP)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것이 골자다.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가 시행되면 SMP가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할 경우 발전사의 전력판매단가는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 정산가격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될 경우에 1개월 동안 적용되며, 정산상한가격은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평균 가격의 125%로 한다. 단 실제 연료비가 상한가격 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게는 실제 연료비로 보상하게 된다.

적용 대상은 한전 계열 발전자회사, 민자발전사 등 SMP를 적용받는 모든 발전사업자다. 규제 심사 등을 거친 뒤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전은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발전사들에서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SMP가 급등하면 한전이 발전사들에 제공할 정산금도 급증하는 구조다.

지난달 SMP는 킬로와트시(kWh)당 202.11원으로 2001년 전력시장이 개설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76.35원과 비교해 164.7% 급증한 수준이다.

전력 구매 비용은 늘어났지만 판매 가격인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은 탓에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한전은 새 정부에서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추가적인 적자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전에 전기를 팔아야 할 발전사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국제유가·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가격 상승이 제한된 탓이다.

발전업계에서는 SMP가 급격히 치솟은 현재 상황이 앞으로도 장기간 유지된다면 사실상 마진을 남길 수가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도에서 실제 연료비가 상한 가격보다 더 높은 발전사에는 연료비를 보상해 주기로 했기에 손실만큼은 피할 수 있지만 이익을 낼 수는 없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발전업계 안팎에서는 SMP 안정화를 위한 열쇠인 국제유가·천연가스 가격이 당분간 안정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돼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전쟁이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 국제유가는 올해 3월 초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해 왔다. 지난달 말에는 110달러 이상에서 거래를 마쳤다.

또 동절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LNG 현물계약 특성을 고려하면 SMP가 재차 상승해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7월에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직전 3개월 평균 SMP는 kWh당 155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민자 LNG발전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민자 직도입 LNG 발전사인 SK E&S, GS파워, GS EPS, 포스코에너지는 이같이 SMP가 고공 행진을 지속한다면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합산 영업이익이 4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최근 3년 동안의 평균 영업이익의 43%에 달하는 수준이다.

발전업계에서는 이번 제도의 적용 기준과 기간 등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서 주요 민자발전사의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직도입 LNG 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를 중심으로 도입 연료의 가격경쟁력에 기반한 이익창출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각 발전사별로 제도 시행에 따른 수익성 영향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정부 출범 이후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기존 원자력발전 설비의 가동률 제고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글로벌 탈석탄 기조 하에서 기저발전 성격의 노후 석탄발전 설비 가동 축소, 폐쇄 등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향후에도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LNG 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익 규모가 크거나 실제 전력 생산 기여도가 낮은 발전설비의 이익을 제한하는 방식의 제도 시행과 전력시장 개편이 지속된다면 정부 및 한국전력 입장에서 발전비용 부담을 축소할 수는 있지만, 민자발전사의 신규 발전설비 투자 유인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건설을 진행 중인 통영에코파워, 울산지피에스 등의 신규 LNG 발전소들은 직도입 LNG를 연료로 사용할 계획으로 이번 제도 시행 이후 당초 계획 대비 충분한 투자성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발전용량에 비해 초기 건설비용 부담이 크고 변동비는 낮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발전설비 확충 계획에 부합하는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발전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민간발전사 이익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유가·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발전비용 부담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 전가하지 못하고 민자발전사 이익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이 가속화하면 주요 민자발전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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