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제2동주민센터 대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두 번째 전국단위 선거인 6·1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역 살림을 책임질 4132명(국회의원 보궐선거 7명 포함)의 일꾼이 뽑혔다. 시·도지사 등 광역단체장과 시·군·구의 장으로 일컬어지는 기초단체장, 그리고 각급 의원들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 4년간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쓸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본지가 1일 정치 원로·전문가 8명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현실 감각'과 '공약 재정비'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실용주의를 앞세워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초당적 협치(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협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는 국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다.

정대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국민에 의해 뽑혔으니 국민의 뜻에 따라서 정치를 하면 된다"며 "이 과정에서 진짜 협치를 하려면 평상시에도 대통령과 야당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자문회의'와 같은 상시 협치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약을 잘 지켜 좋은 행정을 펴야 한다"며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도 생길 텐데 그럴 때 반대쪽 말도 잘 들어서 정책이 신중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진로를 수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행에 앞서 공약을 다듬는 것부터 요구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선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 그동안 던진 공수표를 실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눠서 솔직하게 밝힐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당선 후 공약을 재정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산을 잘못 계산했거나 지자체가 할 수 없는 국가사업도 있을 것"이라며 "공약을 장기·중기·단기로 구분해 세워야 의회도 예산을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 논리가 아니라면 선거에서 표심을 움직이는 데 공약만큼 중요한 게 없다. 매년 하반기 추석 전후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질의 도중 해당 지역구 공약을 언급하거나 부각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공약이 공염불에 그치거나 수년간 헛물을 켜게 되면 표심이 돌아서기 때문이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각 당은 저마다의 부담을 안고 있다. 오는 2024년 4월에 치를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물론, 2027년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협치의 열쇠는 국회 의석 과반을 가진 민주당에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든 협치해서 국정을 올바르게 운영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야당도 협조해야 한다"며 "2년 후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때 '야당 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향후 5년간 이념 갈등이나 발목 잡기 같은 소모적 정쟁이 이어진다면 이를 주도한 정당은 2년 뒤에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어느 정당이든 협치에 솔선하는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니까 당연히 지역 경제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은 당연하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쟁이나 차기 선거를 의식한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협치가 필요하다고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공약 남발에 재정 부담 우려···"협치? 많이 만나야"

현금성 공약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으레 말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집값 상승 호재로 꼽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출산·양육수당 지급 등이 남발됐다.

지난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원내 정당 시·도지사 후보 41명 중 31명에게서 공약 재원을 제출받은 결과 이들 공약을 이행하는 데만 약 980조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예산(약 288조3000억원) 대비 3배가 넘는 액수이자 정부 예산(604조4000억원)보다도 380조원 많다.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공약들이 오히려 국가·지방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다분하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재정이 악화됐다"며 "경제성장기에 경기가 좋은 상태면 세금이 제대로 걷히니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는 정부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지역 주민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내놓은 무리한 공약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과연 부작용 없이 제대로 갈 수 있는 정책인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따지고, GTX 같은 공약은 중앙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당·정·청, 여야 간 협치 기조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 전 부총리는 "이제 소위 갈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많아져야 한다"며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지지층도 있다. 그쪽과도 적극적인 대화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야당이 '선택적 협치'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렇기에 (야당은) 더욱 협치 사안을 잘 선택해야 한다"며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협치에 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심각한 물가 폭등, 경제안보 불안 등 문제는 협치를 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진행 가능한 것이고, 당연히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 대해 협치 마인드를 갖고, 야당도 응당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인 주장을 넘어서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논란이 된 '김포공항 이전'과 같은 국가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공약으로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김 교수는 "지방선거 이슈가 아닌 것은 걸러져야 한다"며 "대한민국 전체, 그리고 경제 전반이 다 걸려 있는 문제를 건드리는 황당한 공약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선 결과는 차기 총선에도 영향···"민주당 '혁신' 필수"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후년 국회의원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지방의원은 정당이 풀뿌리 조직을 만들고 관리하는 핵심 수단으로, 2년 후 치르는 총선의 밑거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를 중심으로 정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기초의회 의원들의 조력은 필수다. 재정 집행에서도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정치적 중요성은 상당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에 이긴 정당은 지역별 당 조직이 탄탄해질 것"이라면서 "여기에 지방선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 영향력을 가지고 총선까지 이어가고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당 조직 영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배한 당은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당 조직력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기면 선거 때 조직이 더 확대돼서 강해지는 것인데 이번에 패배한 쪽은 기초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이 채 안 돼 치른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정권 초기 여야 간 역학관계를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주요 현안에 대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패배하는 쪽은 지도부 해체 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2년 후 선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로 정치인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여당은 일하는 정당, 야당은 대안세력으로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2년 뒤 또다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2024년 총선은 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면서 "여당은 윤 정부 지지를 이어가야 하며 야당은 확실한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이를 기저에 두고, 각 국회의원이 국민 지지율이나 원활한 당 운영, 정책 제안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현재 열세인 가운데 윤 정부가 2년 뒤에도 이러한 국민의 지지를 이어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며 당내 이런저런 소란을 화합하는 분위기로 바꾸고, '586 논란' 해소 등 당내 혁신을 통해 2024년 윤 정부를 뛰어넘는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전 부총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2년 후에 또 국민에게 좋은 심판을 받으려면 여당은 잘 세워놓은 정책을 집행하고 그걸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일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원칙적으로 정도를 걸어야 여당으로서는 2년 전 총선에서 빼앗겼던 국민적 지지를 찾을 수 있지 다른 왕도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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