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전쟁] 인도 정유업체 가동률 104%?…싼 러시아 원유로 '유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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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6-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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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러시아와 서방 간 에너지 전쟁의 최후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원유를 싼 가격에 사들여 정제한 뒤 고가에 유럽으로 공급하는 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속에서 인도가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4월 인도 정유업체 생산량은 연율로 8.5% 증가했다. 로이터는 "값싼 러시아 원유 구매로 이윤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도 정유업체들은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원유처리량은 527만 배럴에 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3월 43만톤에서 4월 101만톤으로 급증했다. 로이터는 "수입량 급증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돼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고,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무역 거래를 중단했을 때부터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석유의 80%를 수입하는 인도에서 러시아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원래 2~3%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인도는 가격이 저렴해진 러시아 원유 구매를 크게 늘렸다. 인도 정부는 EU의 금수조치가 향후 러시아와의 원유 무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인도 외교부는 최근 성명에서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구매는 인도의 총 소비량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라면서 "인도의 합법적 에너지 거래는 정치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부터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1971년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소련이 인도가 승리하도록 도운 역사적 배경 덕분에 러시아와 인도는 오랜 우호 관계를 지속해왔다. 

원유 수입이 늘어난 가운데, 인도 내 정제유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인도 정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 정유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무려 104.51%에 달한다. 업체들은 기술적 보완을 하면서까지 가동률을 크게 늘린 것이다. 인도 최대 정유업체인 인도석유공사(IOC)의 4월 가동률 역시 108.32%에 달했다. 세계 최대 정유단지 소유주인 릴라이언스는 지난 4월 공장을 91.90% 가동했다. 리피니티브의 에산 울 하크 애널리스트는 "정유업체들은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유를 가능한 한 많이 사들인 뒤 이를 다시 정제해 고가로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트란 RBC 캐피털 마켓츠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인도가 사실상 유럽의 정제 허브가 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막고자 하는 EU의 계획이 세계 석유거래에서 인도의 역할을 바꿔놓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90%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EU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는 이미 수입을 금지했다. EU 같은 거대한 수입국으로부터의 금수 조치는 러시아 경제에 압력을 줄 수 있다. 트란 애널리스트는 EU의 금수조치로 러시아의 원유수출량은 하루 120~150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최근 인도의 원유 수입이 늘고는 있지만, 이 물량이 모두 인도나 중국에서는 소화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트란은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5월에는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수입 증가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러시아의 저장고 여유 공간도 줄어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재고도 크게 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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