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고물가, 고금리 쓰나미, 경제 취약계층엔 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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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입력 2022-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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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팀장]


올해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하반기 경제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상하면 단연 물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 같은데, 이를 마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통화정책 당국의 향후 행보에 따라 시장금리 수준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미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의 부채 부담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 특히 일자리를 잡기 어려워 부채 상환이 힘든 젊은이들의 상실감과 함께 경제활동을 포기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국내 물가 상승률 수치는 매우 오랜만에 보는 높은 수준이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를 기록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근원 물가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6%로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사람들의 활동량이 증가하니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4월 가공식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2%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원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4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전기∙가스∙수도요금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3월 2.9%에서 4월 6.8%로 확대되었다. 하반기에도 전기와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공공 부문의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금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발생시킨 요인 대부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이미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양측 모두 양보할 의향이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가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지배적이다. 이러한 기대 심리로 곡물 및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은 여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주요 곡창지대임은 국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국기의 위쪽 절반은 파란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색이고, 아래쪽 절반은 풍요로운 밀밭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세계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높은 곡물 가격은 올해 하반기에도 꺾이기 힘들 것이다. 지금 보이는 높은 곡물 가격 수준과 함께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의해 야기된 변동성은 근본적으로 협상 이후에 전개되는 봉쇄 해제 움직임이 없으면 계속 나타날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당분간 하락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공급이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산유국인 OPEC플러스(중동이 중심인 OPEC 및 러시아 등 非OPEC)의 증산량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인데, 부족한 공급량을 채워줄 선진국의 증산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 감소로 생산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요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만 보더라도 방학과 여름휴가 등으로 이동량이 많아져 휘발유 소비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유 공급은 늘기 어려운데 수요는 계속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는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원자재 공급처에서의 봉쇄 및 원유에 대한 초과 수요 등 글로벌 요인이 국내 물가 상승세를 높게 유지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에 더해 국내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고물가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번 추경안의 실질 지출 규모는 정부안인 36조4000억원보다 조금 늘어난 39조원으로 결정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풍부한 국내 시중 유동성이 더욱 확대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더 강화되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손실을 보상해 주는 차원에서 추경안이 편성되고 통과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향후 정책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민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잦아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통화정책 당국의 향후 행보는 물가 상승세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인 통화 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5월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존 예상보다 더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총재는 당분간 경기보다는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하였다. 금융시장은 현재 1.75%인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2.25~2.5%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상승하면 빚을 지고 있는 이들 모두 빚 상환에 부담이 되겠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 상용직보다 자영업자, 중년층보다 청년층의 빚 부담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수준으로 인해 일정 수준 금리 인상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식료품 값의 고공 행진에 20여 년 만에 엥겔계수가 최고치에 도달한 점을 고려하면 필수 생계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은 다른 소득 계층에 비해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민생 경제의 위험 요인은 저소득층이나 경제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정밀한 정책 운용의 필요성이 절실한 올해 하반기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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