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 언어...전문가 좌담회
  • 꿀 먹은 벙어리·'~충'·여의사·코쟁이·경상디언·땡중 등
  • 속담·유행어·성·인종·지역·종교 막론하고 차별어 심각
  • 아는 것이 첫걸음…역지사지 자세로 안 쓰는 게 중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국어문화원에서 열린 ‘차별어·혐오 표현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왼쪽 둘째부터 시계방향), 이정복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정혜령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자. [사진=유대길 기자]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 중 하나가 ‘언어’다. 언어는 세대 간을 비롯해 매체와 독자, TV와 시청자 간 각계각층 사이에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언어 파괴’다.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 또한 눈에 띈다. 심지어는 정부나 기관, 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등을 사용하면 언어가 새롭고 간결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로 간의 이해를 돕진 못한다. 자칫 소통을 방해할 수도 있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 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장기 연재하기로 한다.  


‘꿀 먹은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앓듯’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속담에도 차별은 담겨있다. 이처럼 한국어에는 많은 차별 언어가 존재한다.
 
동시에 차별 언어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주린이’(주식+어린이) 같은 단어와 ‘~충‘ 같은 은어성 유행어 등은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한국 사회의 차별언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본지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차별어·혐오 표현 관련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국어문화원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이정복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정혜령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자,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 함께했다.
 

이정복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왼쪽)와 정혜령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자 [사진=유대길 기자]

◆ 차별어 알기, 차별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
 
차별어를 아는 것은 차별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정복 교수는 “차별어는 사람들의 다양한 차이를 바탕으로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편을 나누고 다른 편에게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다른 편을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데서 생기는 언어 표현이다”라고 정의했다.
 
2014년 쓴 '한국 사회의 차별 언어'에서 이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한국어 차별 언어의 유형을 크게 7가지로 나눴다.
 
여의사·출처(出妻) 같은 단어는 ‘성차별’을, 오랑캐·코쟁이는 ‘인종 차별’, 벙어리·난쟁이는 ‘장애 차별’, 멍청도·경상디언은 ‘지역 차별’을 담고 있다.
 
도배공·옹기장처럼 ‘직업 차별’을 담은 말, 땡중·점쟁이처럼 ‘종교 차별’이 담긴 말도 있다. 하층민·동성 연애자 등은 ‘기타차별’로 나눴다.
 
김슬옹 원장은 “차별어란 사회적 약자 또는 특정 대상을 직·간접으로 부정하고 무시, 경멸하거나 공격하는 단어·구·문장 등의 언어 표현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김 원장은 차별어를 △노골적 차별어 △비대칭 차별어 △관습적 차별어 △다의적 차별어로 분류했다.
 
‘노골적 차별어’는 차별 의도가 언어 형식이나 내용으로 가시적으로 드러나 누구나 차별어로 인식하는 비속어나 혐오 표현을 말한다. 차별 의도가 명백하고 그것이 언어의 형식과 내용으로 분명하게 드러난 비어나 속어, 모욕어, 직접적 언어폭력에 해당하는 어휘들이 여기에 속한다.
 
‘비대칭 차별어’는 표현 자체는 차별을 담고 있지 않지만, 다른 어휘와의 관계에서 차별의 특성을 드러낸다. 여의사, 여류 작가, 여기자, 남간호사 등이 있다.
 
‘관습적 차별어’는 ‘미망인’, '집사람'처럼 역사적으로 또는 사회적 관습으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차별어로, 보통은 차별어인지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다의적 차별어’는 비차별적 의미와 차별적 의미가 함께 있는 다의어로 특정 맥락에서 차별어로 규정되는 어휘들이다. 특정 맥락에 따라 차별어인지 아닌지 판별되는 맥락 의존성이 강한 어휘들로 발화 주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느냐가 중요하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 한국 사회 차별 언어의 심각성과 대안은
 

이정복 교수는 2021년 12월 ‘언론 기사에 쓰인 장애인 차별 속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장애인 차별 속담이 언론 기사에 어느 정도 빈도로 쓰이는지 조사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속담 7개인 ‘꿀 먹은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앓듯’ ‘장님 코끼리 만지기’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장님 문고리 잡기’ ‘앉은뱅이 용쓴다’ ‘병신 육갑한다’를 정했다.
 
2011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최근 10년간 언론 기사에서 7개의 장애인 차별 속담은 총 1만1428회 언급됐다. 연평균은 1143회이며 매일 3.1개의 기사가 나온 셈이다.
 
‘꿀 먹은 벙어리’가 전체 절반에 가까운 47.3%로 가장 많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34.9%)과 ‘장님 코끼리 만지기’(13.7%)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교수는 “상위 3개의 속담이 전체 중 95.9%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장애인 차별 속담이 몇백 개나 되지만 언론 기사에 쓰이는 것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몇 개가 집중적으로 쓰이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들이 차별 표현에 대한 인식도를 더 높여야 한다. 장애인 차별 속담뿐만 아니라 ‘눈먼 돈’ ‘외눈 정치’ ‘절름발이 정책’ 등 낱말과 구 수준의 장애인 차별 표현도 많이 나오고 있다.
 
차별 언어에 관한 변화의 한 축은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담당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현재 차별어에 관해 잘 모르고 이를 사용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다. 국·영·수 중심의 경쟁적인 교육이 문제다”라며 “국어 교과서만 보더라도 생활에서 어떤 언어를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 많이 없다”고 짚었다.
 
외국어 남용도 소통을 가로막고 ‘차별의 벽’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정혜령 문화기획자는 “외국어 남용도 문제다. 일상 속 말에 외국어를 넣어서 사용하는 분들이 계셔 말씀드렸는데, 잘 바뀌지 않더라”며 “‘키오스크(Kiosk)’를 무인 안내기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말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별어가 뭔지 알았다면 이를 안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은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상대방이 말로 표현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그것을 표현 안 하는 게 공동체 생활에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 것은 폭력이다”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괴롭히고 존재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유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탈북자’는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새터민’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가정은 ‘이중문화가정’ ‘혼혈인 가족’ 대신 ‘다문화가정’으로 바꿨는데, 나중에는 이 말이 또 다른 차별을 의미하는 말이 됐다.
 
김 원장은 “말의 의미가 오염된 경우”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원래 그 말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사진=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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