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리한 지리적 여건·화재 등 문제 탓
  • 글로벌 경쟁 약화···정부 육성 필요
10년 이후 배터리만큼 커질 것으로 보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시장에 국내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은 이미 신속하게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뒤처져 있다는 진단이다.

19일 산업권에 따르면 ESS 시장은 향후 10여년 동안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NEF는 2020년 말 기준 17GW로 집계된  ESS 누적 설치용량이 2030년 358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10년 동안 21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연관이 깊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로 꼽히는 풍력·태양광 발전 등은 바람이 불지 않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생각만큼 에너지를 만들기 어렵다. 이에 미리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한 시기에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ESS 시스템이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수적으로 꼽혀왔다.

실제 현재 사용되는 전력망의 대부분은 필요한 순간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되는 만큼 소비해야 했던 시대에 건설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다가오는 친환경 시대를 맞이해 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부하의 관리, 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 등 새로운 의미의 전력망 구축이 시급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여름·겨울철의 전력 피크와 대규모 정전 사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등 다양한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서 전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고용량·저비용 ESS 시스템의 개발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하에서 배터리 ESS는 기존의 전력망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중요한 설비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전 세계가 목표하고 있는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력망 전환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에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은 신속하게 관련 산업을 지원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2010년 세계 최초로 ESS 설치 의무화 법안을 제정했으며, 2011년에는 일부 ESS에 대해 전력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영국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연계 ESS 사업자가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차액정산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중국도 신재생 에너지 출력 안정화를 위한 보급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또 호주는 전기 요금 절감을 위해 가정용 태양광에 연계된 ESS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재생에너지에 부과되는 세금 및 전력계통 접속 수수료 등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투자는 미국 등 선진국이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과 연관이 깊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전력생산량 4007GWh 중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20% 수준인 783GWh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0%대이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년 만에 2배 수준까지 증가한 규모다.

또 지난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행정부에서 취해졌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을 탈피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전원 및 송전망 투자 확대, 대중교통망 에너지전환, 건물에너지 효율 개선 등 청정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신청하는 등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향후 재생에너지가 발전원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ESS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수력발전을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용량은 지난 10년간 약 35GW 증가해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량 비중은 2010년 5.9%에서 2020년 41%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정부의 친환경 및 저탄소 정책과 더불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은 다가오는 친환경 시대를 맞이해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ESS의 사업 구조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용량계약과 같은 계약구조나 보조금 지원제도 등이 시장의 확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배터리 업체들을 비롯해 여러 기업이 ESS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투자가 미진해 글로벌 전체에서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블룸버그 NEF는 2030년 에너지 저장설비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과 중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밖에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가 상당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 기업이 중국과 1위 경쟁 중인 배터리 부문과 달리 우리나라가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 업계에서는 국내 지리적 여건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이 쉽지 않아 ESS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다는 평가한다. 실제 태양광은 국토에 산간지형이 많고 인구 밀도가 높아 활용할 수 있는 부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내 바다는 평균 풍속이 초속 7m 수준이며 풍향(風向)도 일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해상풍력단지가 대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유럽 북해는 평균 풍속이 초속 11m가량에 달하고 풍향이 일정한 것과 차이 난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작년 기준 7.2%였다. 독일(46.7%), 영국(44.9%)이나 일본(21.6%), 미국(20.7%)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화재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악재였다. 실제 2017년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ESS 수십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ESS 사업은 사실상 투자가 전무한 상태에 놓였다.

ESS 업계 관계자는 "기존 ESS도 발전량을 다소 줄이는 식으로 화재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데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사업 확장이 어렵다"며 "배터리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ESS도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SK에코플랜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