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테슬라發 주행거리 늘리기 경쟁···충전 인프라 구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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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5-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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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자동차 산업이 침체기(?)를 맞고 있다. 필자가 침체기에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출고 적체를 제작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주문은 많은데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지만, 작년 현대자동차는 영업이익률 7%대를 기록했다. 전년 3.4%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출고 적체로 각종 프로모션과 광고를 확 줄인 영향이 크다. 

이런 와중에 반도체 이슈가 쉽게 해결될 조짐이 없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쳐 자동차 관련 부품이 부족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가격 인상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오로지 빨리 차를 받고 싶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전기차 대표 주자인 테슬라는 차량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상했다.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가 가격 인상에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 가격 인상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원가 상승이 꼽힌다. 자동차 관련 부품 가격 상승부터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 다만 이러한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지 않다는 점을 테슬라가 이용한 면이 있다.

테슬라는 독보적인 전기차 대표 기업으로 구매자들이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다. 필자가 테슬라를 시승해본 후 오토파일럿 성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과장됐다거나 승차감이 준중형 국산차에 비해서도 형편없다고 혹평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그저 테슬라니까. 이 자부심이 현재의 가격 상승을 유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 제조사는 전기차로 큰 수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며, 판매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환경에 대한 약속,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각국 정부의 노력이 전기차 생산 손실을 덜어주고 있다. 제조사들이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초과해 차량 가격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테슬라가 초창기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주행거리에 있다. 초창기 전기차가 시장에 등장했을 때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대부분 150㎞ 미만이었다. 배터리 가격이나 효율성을 고려해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테슬라는 이 틈새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주행거리를 무기로 차량 출시를 예고했으며, 계약만으로 공장을 세울 만큼 자본금을 마련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테슬라와 경쟁하고자 타 제조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주행거리 확장에 노력한 것이다. 최근 대부분 전기차가 충전 주행거리를 400㎞를 넘길 정도로 상향 표준화가 이뤄진 것을 보면 가히 ‘테슬라 효과’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충전 주행거리에만 함몰되면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충전 주행거리가 500㎞ 이상이라지만 충전 시간이 현격히 늘어난다거나 무거워진 배터리에 차량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배터리 소재 부족과 추가적인 가격 상승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과도한 배터리 용량은 급속충전기 용량을 끌어올리면서 에너지 수급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까지 불러올 수 있다. 인프라 구축이라는 선행 과제를 해결한 후 충전 시간 경쟁에 나서야 한다. 

보통 아파트 1가구에 설계전략이 5㎾ 정도며, 실제 사용되는 것은 3㎾ 내외다. 50㎾짜리 급속충전기 1대를 설치하면 실사용량이 17가구에서 쓰는 전력과 동일하다. 엄청난 사용량에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때마다 별도로 전력공사가 필요하다.

50㎾도 이러한 마당에 최근 설치되고 있는 350㎾급은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테슬라의 충전 주행거리 경쟁이 대용량 배터리팩 설치를 유발하고, 대용량 배터리팩 장착은 급속충전기 수요를 높이고 결국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테슬라가 유발한 나비효과를 지켜만 보기보다 깊은 고민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도출이 절실한 시기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사진=대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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