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3%룰] 재계는 여전히 경영권 위협 우려···폐지 법안 내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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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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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전까지는 기업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른바 3%룰이 사실상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입 첫해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차례나 주요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진행했으나 99% 이상 기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여전히 3%룰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복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감사위원 자리가 투기·경쟁 세력에 넘어가서 이사회 구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재계에서는 3%룰을 아예 폐지하려는 시도마저 발생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말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진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자연히 감사위원도 이사 중 한 명으로 자연히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개정안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각각 3%씩으로 제한하고,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지분 40%를 가진 최대주주여도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의결권이 3%로 줄어, 나머지 37%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으나 실제 3%룰 탓에 감사위원이 바뀐 곳은 사실상 한 손가락에 꼽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한국앤컴퍼니에 대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3%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206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대주주가 표 대결에 패한 사례라고 꼽았다.

다만 여전히 기업들은 3%룰로 인해 투기 세력이 국내 기업에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기 세력은 이사회에 핵심 인물을 심어놓고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 수 있고, 이에 따라 중요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자회사 주식 의무 보유 비율을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로 규정하고 있다. 지주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3%룰에 의해 그 활용을 제한 받을 수밖에 없어 투기세력에 비해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는 삼성, 현대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그룹들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확립된 마무리한 지배구조를 쉽사리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구조적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지난해 7월 이 같은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3%룰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경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법에서 회사법을 별도로 분리한 '모범회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상법 관련 학계 권위자들과 함께 총 7편 678조로 구성된 별도의 회사법제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행 상법의 회사법 관련 규정은 성격이 다른 조문과 증권 거래 관련 특례 규정이 혼재돼 있어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역 규모 면에서 세계 8위까지 성장한 만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회사법제를 검토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차원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심영 연세대 교수, 최병규 건국대 교수, 곽관훈 선문대 교수, 강영기 고려대 교수와 함께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모범회사법은 먼저 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를 확대해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할 뿐 아니라 경영권 방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회사가 주주나 제3자에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부여하고, 회사의 필요에 따라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상태이며, 일본도 다양한 종류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다중대표소송 제도도 투기 자본이 악용할 소지가 높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우리나라의 다중대표소송제는 지분 50% 이상 모자회사 관계에서 비상장 회사의 경우 1%, 상장 회사의 경우 0.5%의 주식을 6개월간 보유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일본처럼 100% 완전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식 1%를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소송 제기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경련이 모범회사법에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폐지하고, 이사의 의사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야기하더라도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3%룰은 기업이 자유롭게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해외 투기 세력이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미국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례로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 원칙을 회사법에 도입해 이사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전경련의 시각처럼 3%룰이 대주주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투기·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의 단초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사의 권한을 무기로 기술 유출, 단기적 고배당 추구 등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은 도입 초기라 아직 투기·경쟁 세력이 3%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상 주주 평등권을 위협하는 법안이라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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