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칼럼] 日 자민당 정책 제언서, 중국을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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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22-05-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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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교수]


악화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차기 대통령이 보낸 정책협의단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면담했던 4월 26일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는 16쪽 분량의 정책 제언서를 작성해 공개했다. 다음 날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된 보고서는 중국, 북한, 러시아가 군사력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의 군사 활동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복합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제언서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말까지 개정 예정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의 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의 세 문서에 대해서 미국의 전략문서체계와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개정할 것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전략 차원에서 안보환경이나 국가안보의 목표와 그 달성 방법 기술에 중점을 두고, ‘방위계획의 대강’은 위협 대항형 방위전략에 중점을 두는 ‘국가방위전략’으로 대체하고 5년간의 방위예산 규모와 자위대 부대 수, 부대별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수량을 적시하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방위력 강화를 위한 ‘방위력정비계획’으로 대체하여 작성하도록 했다.

둘째, 급격한 기술혁신과 전투 양상 변화에 맞게 우주나 사이버, 전자파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능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 등 게임체인저 기술의 조기 실용화를 추진하고 이것들에 맞춰 불균등한 육해공 자위대의 전력 구성과 태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셋째, 자국 방위의 국가의사를 보여주는 지표인 방위예산과 관련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국가들이 목표로 제시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 2% 이상을 염두에 두고 5년 이내에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넷째, 미사일 기술의 급속한 변화와 진화로 요격만으로 방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서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한 반격능력을 보유함으로써 공격을 억지하고 대처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상대 영역 내의 타격은 미국에 의존해왔지만, 보고서는 미국과의 역할분담을 유지하면서도 일본도 타격 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으며 반격능력의 대상 범위도 상대국의 미사일 기지만이 아니라 지휘통제기능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격 대상 확대가 억제의 확대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다섯째, 적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능력과 관련해 자민당 제언이 상정하고 있는 가상의 적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2013년 6월 4일자 자민당 제언(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 책정에 관한 제언)은 “주변국의 핵무기·탄도미사일 등의 개발·배치 상황”을 고려하여 자위대의 ‘책원지(策源地) 공격능력’ 보유 여부를 검토하여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2017년 3월 6일 북한은 유사시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는데, 3월 30일자 제언(탄도미사일 방위의 신속하고 발본적인 강화에 관한 제언)에서 자민당은 북한이 “탐지와 요격이 통상보다 어려운 기술을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북한의 위협이 새로운 단계에 돌입한 지금” “순항미사일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적기지 반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면서 즉각 검토를 시작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퇴임 직전인 2020년 9월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아베 총리는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도 실현한 북한이 이것들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 일본을 “공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사일 요격 능력 확보 등에 대한 검토를 주문했다. 아베로부터 총리 바통을 이어받은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서 12월 18일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각의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여부를 명문화하지 않은 채 이미 철회가 결정된 이지스 어쇼어를 대체하는 함정 2척을 새로 건조할 것과 함께 위협권 밖에서의 대처능력 강화를 위해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정거리를 늘려 대처할 것을 결정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일본이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 제언서는 “중국이 지상 발사형 중거리 이하 탄도미사일만도 약 1900발 보유하는 등 우리나라(일본) 주변에는 상당수의 탄도미사일이 이미 배치되어 있는 데 더해 최근 극초음속 활공 무기나 변칙궤도로 비상하는 미사일 등” 중국을 직접 거명하면서 미사일 기술이 급속한 속도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반영되어 있었다.

여섯째, 무엇보다 “중국의 군사적 동향 등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상의 중대한 위협이 되어 왔다”고 명확하게 밝힌 점이다. 2013년 12월 처음 만들어진 국가안전보장전략은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로 보이는 (중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간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2021년 7월에 발간된 방위백서도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상의 강한 우려’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자민당 제언서가 중국에 ‘위협’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나아가 제언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일본의 안전보장상의 ‘보다 중대하고 긴박한 위협’이며, 러시아도 지역과 국제사회에 있어서 안전보장상의 ‘현실적인 위협’(이상 강조는 필자)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세 나라 모두를 ‘위협’이라고 표현한 것도 처음이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가속도적으로 엄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위력의 발본적인 강화’ 즉 ‘무력 증강’을 통해 일본의 안전과 평화를 확보·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2월 말 TV에 출연한 아베 전 총리가 언급했던 ‘핵 공유’ 문제는 제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3월 19일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핵 공유’ 문제에 대해 57%가 ‘논의해야 한다’고 응답해 32%였던 ‘논의해서는 안 된다’를 크게 웃돌았다. 4월 25일 밤에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핵무력’을 확대·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자국의 ‘근본이익의 침탈’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여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러한 북한의 태도가 일본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헌법이나 전수방위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어 자민당의 제언이 세 가지 중요한 정책문서 개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미·중의 갈등이 더욱 첨예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과 한·미·일 협력을 내세워 일본이 반격능력 보유를 포함한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를 환영해야 하는가.

다음 주 10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4월 4일 담화에서 김여정은 한국을 선제공격할 생각은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괴멸·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25 열병식에 참가했던 군 간부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이 “국가와 인민의 안녕과 후손만대의 장래를 담보하는 생명선”이라면서 적대세력의 핵위협을 포함한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에 대해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분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제언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중요하며 긴밀하게 연계해가겠다고 언급했다. 26일 정책협의단과의 면담에서 기시다 총리도 “규범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한, 일·미·한의 전략적 연계가 이 정도로 필요한 때는 없다”면서 “한·일관계 개선은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상호 불신과 대립, 적대감이 강한 이 지역에서 새로운 정부가 어떤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국면 전환을 모색할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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