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류 중인 '전금법' 개정안…서비스 시행 시엔 "예대금리차 축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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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4-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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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은행이 아닌 빅테크 등에 입출금 등의 지급 서비스를 개방하게 될 경우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표류 중인 상황에서 다음달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DI "전금법 개정 통해 지급서비스 시장 개방 시 금융소비자 후생 기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보완과제(황순주 연구위원)’ 보고서를 통해 "지급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면 금융소비자의 후생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금법 개정안은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입 장벽을 낮춰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이들의 소비자 보호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안이다. 지난 2020년 지급서비스를 빅테크 등 기술 기업과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보고서는 전금법이 디지털 금융의 기본법으로서 중요성이 크나 2006년에 제정된 이래 특별한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최근의 핀테크·빅테크 출현 등 중대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급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서비스로서, 현금입출금, 급여이체, 국내외송금, 대금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포괄하는 서비스다. 사실상 은행의 수시입출식 월급통장을 통해 누리는 모든 서비스를 비은행 금융사들도 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빅테크 등도 은행처럼 수시입출식 계좌를 발급해 모든 지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지사 외에도 자금이체업자, 대금결제업자 등 다양한 디지털 지급서비스 사업자가 출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핀테크 기업이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여타 금융업으로 진출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하나의 앱이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지급서비스뿐 아니라 대출, 보험, 증권 등 여타 금융서비스 전반과 전자상거래 업무까지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사업자들이 은행, 보험, 금융투자 부문까지 진출하면서 업권별 칸막이가 허물어지고 전 금융권에서 경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소지가 크다.

황 연구위원은 "은행은 대출시장에서 별도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대출금리를 크게 올릴 수 없게 되고, 예대마진이 하락하면서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체분석한 결과 결제성 예금이 1% 감소한 후 1년 간의 대출금리 상승폭은 0.17%포인트로 예금 금리 상승폭에 비해 0.1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에 따른 이용자 자금의 별도관리 의무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금법 개정안은 이용자 자금을 '예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별도관리 의무를 구성하는 보증보험 가입 의무나 안전자산 투자 의무 역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연구위원은 지급서비스를 개방하되,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 자금을 예금으로 인정하고 예금자 보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국 등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파산업체는 대부분 별도관리 의무를 불이행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용자 자금을 예금으로 인정하고 예금자 보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금자 보호가 적용될 경우 이용자 자금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과 실제가 일치하게 되고 가장 효과적인 보호수단이 적용됨에 따라 금융소비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사업자의 별도관리 의무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항상 예금자 보호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 부처 간 갈등 속 멈춰선 전금법 개정안 추진동력 불씨 살릴까···업계 관심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디지털금융의 혁신과 안정을 위해 금융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도 한층 힘이 실릴 여지가 커졌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빅테크의 금융업 확대에 대비한 금융규제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인수위에 금융회사의 디지털·플랫폼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보고한 상태다.

차기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현재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을 업그레이드해 새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발의 시점은 인수위 논의 등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이후다.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는 "기존 개정안들을 토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정 법안을 내겠지만, 결국 여야가 합의해서 정무위 단일 개정안을 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금법 개정안에 금융위 제안이 방대하게 담긴 만큼 검토를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전금법 개정에 공감대가 있는 만큼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나 전금법 논의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처·업권 간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현재 외부청산 의무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사) 도입을 두고 이견이 큰 상황. 기존 금융권이 '빅테크 특혜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데다, 금융위와 한은 간 마찰로 1년 6개월여 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기재위원들에게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 자료를 통해 전금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한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빅테크 업체의 모든 고객 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집결시키고 금결원 업무 규정 승인권과 검사·제재권을 금융위가 모두 관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금법 개정 추진에 대해 한은은 꾸준히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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