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尹정부가 키워갈 메타버스 세상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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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교수
입력 2022-03-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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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새 정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변화에 대한 기대만큼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가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한 메타버스 국가지원체계이다.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정보통신기술 분야에 대한 공약이라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오늘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당선인은 이번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선거운동에 활용하였다. 최근 업계의 화두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보통신기술 관련 수업을 하며 정보통신기술이 우리 경제 및 정치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할 때 자주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이 과거 196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존 F. 케네디 상원의원과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첫 번째 TV토론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 사례였다.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것처럼 학생들은 수업 중 교수자가 떠드는 정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설명의 주된 내용은 단순한 오락매체로 인식되던 텔레비전이 정치적 도구가 되었으며 TV토론은 선거운동 기간 가장 뜨거운 대결의 장(場)으로 변화되었다는 내용이다. 이후 인터넷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토론의 공론장을 형성하였으며, 인터넷이 가져온 양방향성으로의 전환은 정치분야에 있어서도 시민 참여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기술적인 부분까지 이야기해야 한다. 최근, 우리보다 앞선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닌텐도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 이야기를 했던 이야기를 하면 몇몇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바이든-해리스 캠프는 게임 속 세상에서 짙은 선글라스를 쓴 캐릭터 모습을 통해 그 특징을 나타냈다. 이처럼 게임을 활용한 선거가 바이든이 처음은 아니다. 실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에서 ‘포켓몬 GO’를 사용한 이벤트가 있었다. 자신들이 해 보았던 혹은 알고 있는 익숙한 게임의 사례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수업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메타버스 선거운동 역시 정보기술을 통한 일반 시민들의 정치참여의 수월성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지방선거에서 역시 메타버스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메타버스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였다. 그렇기에 메타버스란 용어 자체는 새로운 단어처럼 들리지만, 마치 투박했던 휴대전화가 기술의 변화 속에 스마트폰으로 변화하였듯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를 우리에게 스며들게 하였다.
우선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은 물론 휴대전화와 함께한 M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어찌 보면 낯설기보단 익숙한 환경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 기업 오리엔테이션까지 메타버스 환경에서 능히 해낼 수 있다. 반면 옛 세대들은 새로운 기술 또는 익숙하지 않았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MZ세대 이전의 세대들 역시 메타버스를 경험했었다. 기술의 변화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 같은 착각을 주지만, 사실 과거부터 존재해 왔던 것들이 많다. 메타버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와 게임의 혼합된 형태라 이해할 수 있다. 옛 세대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미 하이텔, 케텔 등 PC통신에서 경험하였다. 이후 웹 기반으로 변화하면서 1999년에 나왔던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는 어느덧 SNS의 대선배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게임은 좀 더 친숙하다.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의 유형은 어찌 보면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온라인게임 방식이겠지만, 그 시작은 1996년 전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으로 현재 25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바람의 나라’이다. 이후 린든 랩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서비스를 기억한다면 메타버스는 결코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혼합된 형태에서 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메타버스를 사회관계망서비스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게임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규제의 범위와 방향이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 둘은 시작이 사뭇 다르다. 로블록스는 처음 게임으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반면 제페토는 아바타 중심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3차원 게임이 접목된 형태로 앞선 사례와는 반대의 경우이다. 우리의 상황에서는 서비스가 비슷해도 게임이 되면 연령등급분류 등 각종 규제가 붙는다.
또 하나 메타버스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아마 금융권이 아닐까 싶다. 기업의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와의 접점으로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점에서 마케팅과 경제활동을 당연히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우리가 정해 놓은 규제가 너무나 많다. 최근 디지털 상품의 소유권을 안정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에 대한 기술적 성장은 놀랍지만, 우리는 게임의 관점에서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환전을 불법으로 규정지었던 전례를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규제에 대한 제약이 너무 많다.
이러한 규제와 제약을 한꺼번에 철폐하려 한다면 이 또한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규제는 유사한 서비스라 하더라도 관점에 따라 그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이와 같은 변화 속에 메타버스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인재가 전에 없던 새로운 인재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서비스임에는 분명하나 그 기반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과거 이와 같은 본질을 놓치며 교육의 근간이 흔들렸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메타버스를 새롭게 보는 오류를 범할까 걱정된다.
이번 윤석열 당선인의 정보통신기술 분야에 대한 공약은 규제 완화와 인재 육성에 맞춰져 있다. 논의되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이 혹시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지는 않기 위해서 충분한 고려를 했으면 한다. 어느덧 우리네 주변은 융합이 일반화되어 예전의 기준으로 이를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기술에 맞춰 생각하기보다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우(憂)를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지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숨길 수 없다. 이번 메타버스 선거운동이 학생들, 다시 말해 20~30대의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만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90년대를 지나온 옛 세대에게는 메타버스는 추억의 향수를 되살리기에 충분하였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속에 추억의 사이트들이 부활을 예고하였다. 메타버스에 대한 현재의 우려가 기대로 바뀌어 다시 예전의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세상 속에서 그 시절 우리만의 메타버스로 돌아가길 꿈꿔본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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