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KDI 원장 "높은 물가 지속··· 유류세 추가 인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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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3-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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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도 유류세 20%→30% 인하 고심

  • "국제유가 가격 상승, 성장 위협 요인"

[사진=KDI]


[대담=김진오 경제부국장, 정리=안선영 기자]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최근의 물가 상승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류세 추가 인하를 꼽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높은 물가가 지속된다면 유류세를 지금보다 더 인하하고 취약계층에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역대 최대 폭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최대 30%까지 인하가 가능하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초까지 유가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유류세 인하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근의 물가 급등에도 홍 원장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면서도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부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하 홍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정학적 요인과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응할 만한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고,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국내도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가 국제 원자재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고물가에 대한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핵심 광물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일부 원료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생산 공정이 멈출 수 있다. 

정부는 핵심 원료에 대한 수급을 면밀히 점검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확산에 물가까지 오르면서 서민 생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높은 물가가 지속된다면 유류세를 지금보다 더 인하하고, 취약계층에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이런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설계자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소주성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 증대와 소득격차 완화로 내수시장을 증진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추구한다.

소주성 정책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소득 개선대책과 근로장려금 확충, 기초연금 인상 등 공적이전소득 강화대책을 통해 2018~2019년 경기 하강국면과 2020년 코로나19 위기 발발 등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가계소득을 지키고 소득격차와 양극화를 완화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2017~2020년 소득격차가 완화됐음은 공식적인 소득분배 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통계청)에서 확인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와 소득격차 완화는 내수 회복의 중요한 실마리였으며 성장률 하락 방어와 경제회복에 기여했다고 본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빈곤층의 생활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지불능력이 취약한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측면도 충분히 감안할 필요는 있다. 따라서 향후 최저임금 정책은 주휴수당 제도개선, 근로장려금 확충 등 시장에서의 수용성을 높이는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싱크탱크' 수장으로 차기 정부가 중점적으로 이뤄야 할 정책으로 어떤 것이 있나.

크게 'K자형 양극화 방지를 위한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과 '대전환기 경제도약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두 과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화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충분한 피해보상과 더불어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취업 기회를 상실한 청년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청년 일자리 뉴딜'은 참여자들에게 최대 23개월 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며, 서울시 생활임금과 함께 학습 및 일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험에 처한 모든 국민에 적용되는 최저소득 보장제를 지향해야 한다.

아울러 차기 정부는 디지털·그린경제로의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래기술과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현재 잘하는 분야에서 더 잘해서 격차를 더욱 벌리는 '초격차'를 넘어, 지식과 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초개척(beyond frontier)'을 이루어내야 한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전환분야와 그린수소, 탄소포집활용 등 에너지전환 분야가 초개척 분야가 될 수 있다. 

또한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유발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이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첨단산업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이용이 미국의 견제로 제약될 경우 중국의 산업 추격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경기지표는 개선되고 있는데 고용, 소비, 수출 할 것 없이 지표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양질의 고용개선이 이뤄지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코로나 위기는 경제주체별로 불균등한 충격을 미쳤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요인이었다. 위기 국면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려면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경제구조가 디지털경제, 그린경제로 전환되고 신성장 산업이 등장하는 만큼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경제역동성을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간 기업이 신산업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사회기반시설을 비롯해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 환경 변화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노동수요에 맞춰 교육체계를 개편해야 하고, 평생교육을 통해 급변하는 경제에 적응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이에 부합하는 노동공급이 이뤄져야 중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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