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 에너지·밥상물가 '고공행진'…"상반기 내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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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정석준 기자
입력 2022-03-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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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바이유 1월比 45%↑…"240달러 도달할 수도"

  • 추경, 물가 더 끌어올릴 가능성…"방법이 없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급등해 110달러 선을 재돌파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물가 상승세가 국제유가에서 국제곡물로 번지고 있다. 원유·천연가스·밀 등 세계 에너지·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악화하면서 물가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물가가 내려갈 요인이 없는 데다가 마땅한 대책도 없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1개월만 유가·밀값 40% 급등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배럴당 111.93달러를 기록했다. 올 초와 비교하면 45%,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난달 24일과 비교하면 25% 상승한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바클리스 등의 국제 애널리스트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올여름 240달러 도달 가능성도 언급했다.

밀과 옥수수 등 식량 문제도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혼란으로 수십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세계 식품 가격을 더 높이 끌어올리며 빈곤국 식량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밀 선물 가격은 이달 초 부셸(약 27.2㎏)당 12.94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현재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1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연초보다 45%가량 오른 수준이다. 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작물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린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시장의 약 14%를 점유하는 옥수수 가격도 연초보다 약 27% 상승했다. 대두도 올해 들어 약 28%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이미 지난 2월 140.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쟁 영향이 본격화한 3월 이후 수치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인플레이션은 대외적인 요소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원유, 곡물 등 불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가하락 묘수 없다…"尹정부 출범에도 상승 계속"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가 상승세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더 높게 형성되고 있는데 생산자물가는 보통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6월까지 낮았던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저효과도 나타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5월까지는 4% 안팎 수준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출범 직후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예고한 만큼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금융채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유류세 인하 등 세금을 가지고 물가를 조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카드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해외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이 안정되기 전까지 수입선 다변화와 농·축·수산물 인력 확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유가 등 외부 요인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라 당장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는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 강 교수는 "유가는 중장기적으로 당연히 안정될 것으로 보이고 각 나라도 돈줄을 조이고 있다"며 "미국이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이후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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