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 ④ 신용녀 한국MS 최고기술임원 "6G부터 탄소까지…미래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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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3-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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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정책 교차점에 선 전산학박사·보안전문가

  • 클라우드·AI·양자 등 신기술 시장 선제적 발굴

  • 정책·규제당국에 조언부터 국제정세 파악까지

  • "탄소저감 기술 살피다 ESG업무 비중 확대돼"

  • "여성인재들 경력·활동 지속에 기여하고 싶다"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국가최고기술임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국 법인에 국가최고기술임원(NTO)이라는 IT전문가를 한 명씩 두고 있다. 각국의 NTO가 IT산업 관점에서 나라별 법률적 규제를 인식하고 정책입안자와 소통하는 '통역관'이자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비상 상황을 파악하고 MS의 민첩·유연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민간 외교관'처럼 움직인다. 클라우드, 양자컴퓨터, 6세대(6G) 이동통신 등 첨단기술의 시장성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는 신용녀 한국MS NTO와 27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NTO가 뭔가.

"NTO는 MS가 각 나라마다 1명씩만 두는 직책이다. 변화가 빠른 기술의 동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스스로 공부해 전파하고 (내외부에) 조언한다. 이제 대세가 된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전환 의제를 전파하는 역할은 다른 기업에도 많이 있지만, MS의 NTO는 그보다 더 앞서서 선도적인 기술을 등장한 시점에 포착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에는 없는 역할이다. NTO는 기술 동향 정보와 인사이트를 내부에도 공유하지만 공공부문의 정책 입안을 위해 조언하거나, 필요하다면 여러 민간 기업에도 제공한다. 국가적으로 큰 그림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클라우드와 AI의 포괄적인 기술 로드맵,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이나 ESG 등 MS가 중시하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연구하고, 대외에 발표도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NTO끼리 대면 세미나를 했다. 지금은 격주 간격으로 (원격) 회의를 하고 있다."

Q. 최근 회의 주제는.

"예를 들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에 어느 지역이 적합할까' 같은 얘기가 나온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대책을 논의한 적도 있다. 단순히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전달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 사태를 계기로 다른 (지정학적·외교적 관련성이 있는) 곳을 같이 보게 된다. 그러다 '다른 정부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와 같은 얘기까지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외교관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위기가 고조된 시점에는 좀 더 집중적으로 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게 된다. 제 기술적인 기반 분야는 원래 보안 분야인데 이제 바라보는 영역이 광범위해져서 혼자서 따라잡기가 쉽지만은 않다. NTO와 함께 '국가최고보안임원(NSO)'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MS의 다른 지역 법인에는 지금도 두 업무가 별개인 지역도 있는데, 한국MS는 이제 보안 분야를 NTO 업무의 한 축으로 포함하고 있다."

Q. 업무의 구체적인 목적은.

"MS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addressable market)'을 개척해 나가는 역할이다. 더 진취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한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 주력이 될 수 있는 기술을 빠르게 포착하고 그 기술이 잠재 시장에 다가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법률적인 제한으로 기업이나 기관이 퍼블릭클라우드를 쓰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 우리는 어떤 규제나 무슨 법적 근거 때문에 해당 조직이 퍼블릭클라우드를 쓰지 못하는 것인지, 이런 영역에서 MS의 고객이 비용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점과 그렇게 할 방법이 있을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에 대한 법적 테두리를 먼저 보고, 그에 맞춰 고객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과정까지 본다. 이 과정에 (실제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컨설턴트나 프리세일즈 담당자들과) 협업을 많이 하게 된다."

Q. 양자컴퓨터 같은 기술은 상용화하기엔 먼 미래 아닌지.

"우선 큐비트 수와 같은 하드웨어의 제약 때문에 양자컴퓨팅 기술 상용화는 멀었다는 말이 많은데, 과거에는 안 됐지만 지금은 이미 퍼블릭클라우드서비스로 양자컴퓨팅 하드웨어를 써 볼 수 있다. 양자컴퓨팅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도 가능하다. 이미 개발된 소스코드는 깃허브(Github)에도 올라가 있다. 이런 소스코드를 파트너사나 우리의 양자컴퓨팅 하드웨어에 올려 실행할 수 있는 시대다. 해외에선 미래 산업 먹거리에 대해 미국은 기업 차원에서, 중국은 국가 주도로 준비하고 굉장히 활발하게 지원하는 편인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다소 뒤처져 있다. 단적인 예로 해외의 클라우드 전환은 3~4년 전부터 활발히 일어났지만 국내에선 이제 조금씩 뒤쫓는 상황이다. 양자컴퓨팅은 실현 단계에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다음 NTO 회의가 열린다면 6G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Q. 공공 부문에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

"요즘 (정보통신기반보호법상의)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이나 (정보통신망법상의) '직접정보통신시설'에 무엇을 지정할 것이냐가 화두다. 세계적으로는 주요기반시설 운영을 위한 IT인프라가 클라우드서비스에 많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법적인 범주로 (클라우드서비스에 올라간 IT인프라를) 지정할 것인지, 각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관건이다. MS는 이런 흐름을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맞게 인터넷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이 불법촬영물인지 탐지돼야 한다. 당국이 이런 사안에 대해서도 각국의 조치 방식이 어떤지 알고자 한다면 알려드릴 수 있다. 이렇게 법률상의 조항이 IT산업계에서 작동하도록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규제기관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 설명한다는 점에서 가끔은 통역사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 미래는 친환경·탄소저감…"ESG 기술에 관심 많아"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국가최고기술임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신 NTO는 지난 20여년간 IT 분야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MS 합류 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솔루션 설계 이사로 재직했고 과거 한양사이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도 활동했다. 금융보안원·한국은행에서 금융산업 규제와 보안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유엔 산하 국제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의 정보보호연구반(SG17)에서 바이오인식(Q.8) 표준화 부문 부의장 역할도 수행했다. 앞서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학사), 고려대학교 전산학과(석사·박사)를 졸업했다.

Q.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 기술은.

"요즘 제 업무 비중은 상당 부분 ESG에 집중돼 있다. 정책을 넘어서 ESG와 관련된 기술에 관심이 많다. 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그게 어떻게 실현되느냐를 더 깊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앞으로 고객들의 관심이 많아지면 이와 관련된 기술적 세부사항을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구호를 외치는 수준에 머무는 회사들도 있지만 실질적인 활동도 많아지고 있다. MS는 탄소 배출량과 감축과 같은 목표를 세워 각자 업무의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 방안, 측정과 계산 방안을 고민해 정량적으로 접근한다. 제가 처음에는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필요해서 데이터센터의 냉각장치를 줄이거나 발전기 에너지원을 바꾸는 관점으로 접근했는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훨씬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업무 자체는 쉽지 않지만 이런 뜻깊은 일이 내 성향에 맞는 것 같다."

Q. 전산학도에서 MS에서 기술과 규제를 넘나드는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전공을 선택하는 덴 지금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친한 친척오빠의 영향이 컸다. 이후 여러 단계에서 운이 좋았다. 보안, 클라우드 등 빠르게 발전하고 관심과 수요가 커질 때에 앞서 해당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석·박사 과정 당시 연구 주제가 정형기법(formal method)이라는 분야였다. 예를 들면, 철도나 핵(발전소) 같은 중요기반시설처럼 오작동하면 큰일 나는 영역의 소프트웨어를 명세화하고 검증하는 기법이다. 운 좋게 연구실에서 이 분야를 전공하면서 보안 분야를 경험하게 됐고, 클라우드 분야도 막 태동하는 시점에 시장 선두 업체에 입사해서 일해 볼 수 있었다. 이후 소프트웨어·플랫폼·인프라를 다루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와 기업의 보안을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데 더욱 집중하는 MS에서 클라우드를 비롯한 온갖 기술 영역을 바라보게 됐다."

Q. 커리어와 관련된 기로에서 잘 내린 중요한 결정은.

"생각지 못했던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으로 이직했던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이전에 거쳤던 직장들이 물론 지금 생각해봐도 모두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곳이었지만. 그런데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면서 제 시각이 전보다 굉장히 넓어졌다. 처음에는 규제나 법률 관련 이슈를 다루기 위해 고수준의 영어를 쓰는 외국 법무팀과 일하면서 업무적으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이 결정 자체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알아야 할 기술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초기에는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워낙 많아서 힘들었는데,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서 습득한 지식을 계속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 "20명 정부 회의에 여성 1명…더 많아져야"

신 NTO는 민간·공공 IT분야 현장에 자신과 같은 여성 전문가들의 진출이 늘어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그는 사회적으로 이들의 경력 단절 위기가 해소되려면 여성에게 집중돼 있는 출산·육아의 부담을 배우자와 사회가 나눠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Q. 앞으로의 인생 목표는.

"최근 참석한 어느 정부부처 (주최 정책·기술전문가) 회의에 배석자가 20명이었는데 거기서 여자는 저 혼자였다. 어려운 자리다. 지금 제 딸 또래의 여성들이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는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후배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20명 중에 5~6자리 정도는 여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를 이끄는 데 저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멋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게 목표였는데 이건 이미 이룬 것 같다. 저보다 더 훌륭한 인재들이 육아 등 여러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데 그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배우자들이다. 지금도 남편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게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여성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의견을 내는 데 제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

Q. 개인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인물은.

"제 지도교수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의 최진영 교수님이다. 사회생활 초기에 저글링같이 아슬아슬했던 과정이 있었는데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가이드하고 심적으로도 많은 지원을 해 준 분이다. 특별한 해법을 주신 건 아니었지만 제가 갖고 있던 업무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많이 들어 주셨다. 최 교수님을 만나 수업을 듣고 학위를 취득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자주 뵙는다."

Q. 동료·후배 여성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나.

"최근 읽은 책 중에 내가 정말 좋다고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게 '금주 다이어리'다. 클레어 풀리(Clare Pooley)라는 작가가 쓴 책인데, 읽어 보면 다 내 얘기 같다. 육아와 직장생활 간 느끼는 감정을 드라마처럼 편하게 풀어 주는 에세이다. 고민이나 심리적으로 힘든 갈등을 부각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건드려서 읽다 보면 웃게 된다."

Q. 정부의 여성과기인 지원정책에 대한 생각은.

"법이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책을 운영하는 정부에는 현장에 있는 여성들의 경력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데 좀 더 집중해 줬으면 한다. 과거에 저는 출산 후 3개월을 못 채우고 업무에 복귀하고 자정까지 일했는데 지금은 그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시각이 있지 않나.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다거나 할 때처럼 많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공통적인 시기가 있다. 여성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지원하는 체계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필요하다."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국가최고기술임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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