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존폐 논란] 인수위 끝내 배제…국회 문턱 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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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2-03-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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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가 가시화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파견 인력에 여가부 소속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은 데다 업무보고도 정부부처 중 가장 마지막에 한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당시 주요 공약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여가부는 인수위 요청(2명 파견)에 따라 국·과장 4명의 명단을 제출했으나 최종 인선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수위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인수위서 배제된 여가부 "묵묵히 할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여가부는 오는 25일 오후 사회복지문화 분과에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업무보고 일정 마지막 날 마지막 순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 명목으로 꾸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여가부 업무보고를 첫날 들은 것과 사뭇 다르다.

여가부는 조용히 할일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업무보고에는 주요 현안과 공약 검토 의견, 이행 방안 등이 담기기 마련인데 여가부의 경우 조직 개편에 따른 정책 기능 이관 시나리오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여가부에 대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다만, '국민 통합' 기치가 무색하게 여가부 존폐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하게 밀어붙일지 관심이 쏠린다.

또 여가부를 폐지하려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는데, 의석 과반(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여가부의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2018~2022년)' 이행실적을 보고받고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이 뒤떨어지지만, 우리의 목표 이상으로 높여나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8일에도 "여가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피해자 목소리도 제각각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유대길 기자]

온라인상에서는 여가부 폐지 가능성을 점치거나 폐지 이유를 나열한 게시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글도 더러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시각은 여성들도 제각각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마저 최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4일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여가부 폐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서울) 강서구 데이트폭력 피해자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 7월 '강서구 데이트폭력 살인미수사건'으로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대중적 공분을 샀다. 당시 청원에는 2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사건의 가해자인 남성 A씨는 연인 관계였을 때 찍은 불법 촬영물을 지워주겠다며 전 여자친구를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듬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청원인은 "A씨가 이미 재판 중에 구금돼 형기의 절반 이상이 지난 데다, 초범이고 나이가 어려 가석방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며 "가해자를 이번 가을에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정말 두렵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대통령)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추진한다고 확정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러면 여가부에서 해주던 신변보호를 어디에서 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무고죄 강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청원인은 "(만약) 가해자가 절 찾아와서 무서움에 신고했다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신고했다는 이유로 제가 무고죄로 잡혀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썼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해당 공약들을 생각하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워 상태가 더 나빠지는 듯하다"며 "성범죄 피해자들은 숨을 곳이 없다. 여가부 폐지, 무고죄 강화를 제발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지난 15일 동의자 5만명을 돌파했으며, 현재는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반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김잔디(가명)씨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 필요한 것이냐"며 사실상 여가부 폐지를 옹호하는 견해를 내놨다.

김씨는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대해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은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그해 서울·부산 재보선은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문 여파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나 전문가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성평등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정책을 전담할 정부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장필화 이화여대 명예교수, 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차경애 전 YWCA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홍찬숙 한국여성연구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을 지냈던 김재련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한 부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부처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여가부에 대한 명칭, 정책 방향 등 대폭 수정 개편으로 논란이 정리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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