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칵테일 리스크] '안미경중' 한국, 중국發 회색 코뿔소에 받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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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2-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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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년만에 최저 성장률·기업들 높은 부채

  • 中 수출의존도 25%인 한국경제 경고등

한국 경제가 '회색 코뿔소'를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주요 투자처이자 시장인 중국에서 대규모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위기 대응 방안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중국발 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정부 측에서 중국발 회색 코뿔소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직후부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상황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회색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뜻하는 경제용어다. 회색 코뿔소가 멀리에 있다고 대응을 느슨하게 하다가 막상 돌진해오면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대표인 미셸 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위험 요인을 뜻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의 정반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중국이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에서 그만큼 여러 차례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2015년 부채 급증과 위안화 가치 폭락에 따른 '차이나 쇼크', 2017년 이후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성장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도 성장 둔화가 눈에 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인 8.1%에 주목해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뚜렷한 경고음이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은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4.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상황을 제외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5%를 하회한 것은 톈안먼 사태로 사회 분위기가 얼어붙었던 19990년(3.9%)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성장률 하락으로 중국 기업의 대규모 부채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기준 중국 비금융 기업들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59.1%로 미국(78.1%)과 영국(78.2%) 등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평균(96.1%)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칫 잘못하면 중국 기업들이 신용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행보를 보이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중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25.3%에 달한다. 중국 이외 주요 수출국인 미국(14.9%)과 유럽연합(EU·9.9%)을 합쳐도 중국 비중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중국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예의 주시해야 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은 정부 당국과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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