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카드칼럼] 30대 임원과 70대 인턴이 '베프'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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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희 인턴기자
입력 2022-01-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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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세 CEO 줄스 오스틴은 인터넷 의류업체를 창업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중견기업으로 키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사업에 여유가 생긴 오스틴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인턴 프로그램을 도입해 70세의 벤 휘태커를 채용한다.

 

 

▲ 휘태커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오스틴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경험과 관록에 매료되어 두 사람은 ‘베프’가 된다. 40년 차이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우정은 나이가 큰 문제 되지 않는 미국에서는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픽션’으로 느껴지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 2021년 말 한국의 대기업 임원 인사가 이어졌다.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임원진이 크게 젊어지는 파격적인 변화가 이목을 끌었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는 임원 인사가 이뤄지면서 다단계 직급도 단순화됐다.

 

 

▲ 기업들이 이같이 인사 혁신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나이가 중요한 문화에서 가위 눌려온 젊은 인재들이 실력만으로 임원진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조직의 활력을 부추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 하지만 여기에서 두 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다. 먼저, ‘젊은 임원=혁신’으로 등식화하는 게 일반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같은 기업의 인사변화는 연령이라는 진입 장벽을 걷어내고 능력만을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30·40대 임원이 나왔다고 해서 50대가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은 기업 스스로 나서서 방지해야 한다.

 

 

▲ 다음으로 젊은 임원의 등장이 선배들의 퇴직 러시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연공서열을 무너뜨린 것은 다양한 나이의 임직원들이 한데 섞여 일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직급 호칭을 없애는 대신 ‘~님’이나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은 ‘연령 혼합’의 근무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 ‘인턴’처럼 젊은 상사의 경험 부족을 노련한 중년 또는 고령의 하급자가 메워줄 수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연령 피라미드 아래쪽의 청년 구직자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취업으로 가는 ‘큰길’이었던 대기업 공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인력 수요가 있을 때마다 채용해서 바로 쓸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하지만 이는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경제라는 숲과 기업이라는 나무가 충돌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수시 채용을 하더라도 공채 같은 규모로 인력을 뽑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채가 없어지는 이상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기업의 활력과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키는 데 기업이 한몫을 해준다면, 그 역할 또한 중요하게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일자리 창출에 많이 기여하는 기업일수록 금융이나 세제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카드제작=임승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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