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수입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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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교수
입력 2022-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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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위원회 독자성 대외 선언하라

  • 관세청을 산업통상자원부와 통합 방안 적극 검토 해야

  • 관세장벽 완화하라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수출정책’을 검색하면 상당한 검색 결과가 나오는 반면 ‘수입정책’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공정무역을 표방하는 미국의 무역정책(trade policy)은 상대방에 대하여 시장 개방 및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면서 압박 카드로 상대방의 대미 수출(미국의 수입) 규제를 사용한다. 역내 자유, 대외 장벽으로 요약되는 유럽연합(EU)도 보호무역에 치중해 왔다. 수출로 성장한 중국 또한 상대방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 수입 정책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한다.
 
우리나라는 작은 경제(small economy)로서 수출 주도형 성장정책을 취해 오면서 수입은 늘 수출의 종속변수였다. 수입정책은 수출용 원자재나 자본재 수입 등 수출지원을 위주로 작성되었고 내수용 수입이나 국산 경쟁품의 수입은 제한되었다. WTO가 출범하고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퇴조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입허가제, 수입선다변화나 수입감시제 등이 사라졌다. 1998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가 줄곧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수입정책이 발을 붙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수입이 관심을 끌 때는 무역수지 적자가 날 때뿐이다. 작년 12월과 금년 1월 적자 흐름이 이어지자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원론적으로 일시적인 무역수지 적자는 대수롭지 않다.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가 안 쓰고 모은 결과이고 쌓인 외환보유고는 미래 대비용이면서 국가 신인도에 기여하지만 결국에는 수입이나 해외투자로 사용되게 마련이다,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경고 여론도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차마 시장경제 원리로 작동되는 무역에 개입을 해서 무역수지를 개선하자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입정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첫째는, 국내 소비를 돕기 위한 관세장벽의 완화이다. 수입이 더 늘거나 무역수지가 악화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세장벽의 완화 대상은 국내 기업 집중도가 높은 산업들이다. 이들 산업들의 관세 커튼을 내려 주면 수입이 밀려드는 것이 아니고 관세커튼을 내린 만큼 독과점 기업들의 마진이 줄어들되 소비자 국민들의 이익이 커진다. 독과점 기업들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 연구개발하고 노력하게 되므로 생산과 소비에서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둘째, 국내 산업을 정당하게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수입구제 정책을 펴야 한다. 최근 요소수 사태가 나면서 전체 12천개 품목 중에서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4천개, 중국 의존도가 2천개로 조사되었다. 시장에 가면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닌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값싸고 좋은 것을 수입해서 쓰는 것은 자유무역의 혜택이니까 막기는커녕 누려야 한다. 가정에서 쓰는 범용적인 품목들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정법은 무리가 있지만 4천개나 되는 해외의존 높은 품목들 전부가 그간 국내 업체와의 공정한 경쟁 끝에 국내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남은 8천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불공정한 수입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무역구제 조치를 적용해서 막아야 한다.
 
무역구제는 무역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무역위원회의 무역구제는 연간 30건 정도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중에서 상표권 등 지재권 침해 사건 등을 제외하면 반덤핑만 10여건에 불과하고 보조금, 세이프가드 사건은 거의 없다. 연도별 반덤핑 조치가 커버하는 수입물량은 한국의 전체 수입 물량의 1%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은 한국의 철강 등 대형 케이스들에 대해 무역구제를 발동하고 있다. 우리도 좀더 과감하게 무역구제를 활용해야 하고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우선, 무역위원회의 독자성을 대외적으로 선언하여야 한다. 1995~2020년간 한국은 수입에 대해 100여건의 반덤핑 제소를 한 반면 우리 수출은 그 세배에 달하는 300 여건의 반덤핑 피소를 당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반덤핑 피소 2위국이고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피소도 2위국이다. 무역구제를 받지 못하는 내수산업이 수출산업을 교차보조(cross-subsidy)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우리 수출부터 정당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적인 기관인 무역위원회가 무역구제를 당당하게 펼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제대로 된 무역구제를 위해서는 무역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중소기업들에 대하여 무역구제 비용을 지원하고 절차도 개선하여야 한다. 업계의 제소가 용이치 않은 경우에는 정부가 과감히 직권조사(ex officio)를 검토, 추진하여야 한다. 산업피해(injury margin) 정도를 고려하여 덤핑관세율을 낮추지 말고 미국처럼 실제 적발된 덤핑마진만큼을 페널티 관세로 부과하여야 한다. 미국 등은 덤핑 판정받은 물품이 국적이나 모양의 변형을 통해서 변칙적으로 수입되는 소위 우회수입 규제를 엄격히 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시장이 왜곡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특별한 시장 상황(PMS) 조항의 도입도 검토,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MES) 부여로 중국 물품의 가격 산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끝으로, 무역구제의 기능과 법령이 정부 부처의 관할 문제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도 시정되어야 한다. 무역구제 법령은 관세법령(기재부)과 불공정무역행위조사및산업피해구제에관한법률(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뉘어 있고 역할도 분산된다. 법령 두 개를 공부하여야 하고 one-stop 정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은 불편하다. 이 문제의 접점에 관세청이 있다. 관세청은 우리나라의 수출입 통관을 관장한다. 관세징수를 이유로 관세청이 기재부 소속으로 되어 있으나 관세징수액은 2020년 약 7조원으로 우리의 총 국세징수액의 2.5% 수준이고 자유무역협정 증가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무역구제 법령과 기능을 산업부로 이관, 통합하여 무역위원회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무역조직 정비 차원에서 관세청을 통관청으로 바꾸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합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정부 부처의 직제 때문에 어렵다는 말로는 국민 고객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혹자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보아야 한다고 할지 모른다. 한국은 세계경제사에 유례없는 무역선도국, 선진경제국이 되었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열심히 공부한 결과는 아니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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