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또 붕괴 사고…공허한 '안전 강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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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1-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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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 중대재해법 대비 나섰지만 무용지물

  • '학동 참사' 막기 위한 개정안도 취지 무색

지난 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중인 고층 아파트의 구조물이 무너져내렸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앞다퉈 대비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예방을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영입하고 전담조직을 구축하는 등 안전 조직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CSO 영입에 몰두해왔다. 원칙적으로 건설 수장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CSO를 두고 관련 업무를 전담하면서 책임 소재 무게중심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사고의 책임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 이후 안전경영실을 신설하는 한편 근로자 작업중지권 확대, 위험신고센터 개설, 골조공사 안전 전담자 선임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사실상 무용지물 조직 개편이 됐다.

특히 지난 3일 취임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선언한 지 8일 만에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새해 다짐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건설 현장에서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건설사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법조계 판단을 떠나 기업 이미지를 위한 추가적인 자구안을 세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로 촘촘한 법망을 마련하려던 입법 노력은 공허한 외침이 됐다. 국회는 아파트 공사 현장이 붕괴된 11일 '학동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철거 공사 현장 점검을 의무화하는 등 학동 참사와 같은 비극을 방지하려고 했지만, 같은 날 붕괴 사고가 발생하며 법률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또 다시 이 법을 적용받지 않게 됐다. 7개월 전 학동 참사에서도 사상자가 17명 발생했지만 1년간 법 시행이 유예되며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더라도 현대산업개발 측에 대해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 제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원도급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과 달리 하도급을 수주해 실제 공사를 진행한 개별 기업의 사용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면서다.

이것만으로는 단가 후려치기나 공기 단축 압박 등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병폐까지 밝혀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 역시 생명과 안전보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 불감증에서 빚어진 제2의 학동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동 참사에서 보았듯이 현장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가고 꼬리 자르기식으로 하도급 책임자만 구속됐을 뿐"이라며 "이런 법과 제도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거론되고 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은 안전 관리 의무 소홀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에 1년 이하 영업정지를 내리거나 해당 사업 부문 매출액의 최고 3%를 과징금으로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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