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코오롱인더의 '헤라크론', 총알도 못 뚫고 불에 타지 않는 슈퍼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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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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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도 뚫지 못하고 불 속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 슈퍼 섬유.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이 주목하는 슈퍼 소재인 '아라미드(aramid)'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500℃의 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고강도 소재다. 아라미드 섬유는 아미드기(CO-NH) 기반의 고분자 폴리아마이드 섬유다. 5mm 정도 굵기로도 2t에 달하는 자동차를 들어 올릴 만큼 고강도와 높은 인장 강도를 지녀 '마법의 실'이라는 별명을 가진 꿈의 소재다.

꿈의 신소재 아라미드에 국내 기업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효성첨단소재, 휴비스 등이 생산하고 있다. 그중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간 생산량이 7500톤(t)으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와 휴비스가 각각 연간 1200t과 1000t을 생산하고 있는 것과 상당한 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헤라크론(HERACRON)'이라는 브랜드명을 내걸고 아라미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79년 파라계 아라미드 기초연구를 시작한 이래, 2005년 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는 첫 번째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헤라크론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아라미드 사업에 진출했다.

2017년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전방 산업이 침체를 겪을 때도 우수한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분자구조에 따라 크게 메타 아라미드(m-Aramid)와 파라 아라미드(p-Aramid)로 나뉜다. 메타 아라미드는 섭씨 5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열성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헤라크론 등 파라 아라미드는 같은 중량의 철보다 인장 강도가 5배 강하고 500도가 넘는 온도에도 견디는 내열성과 낮은 절단성을 가진 고강도, 고탄성의 첨단섬유다. 단면적이 불과 1㎟(직경 약 1.6㎜) 정도의 가느다란 직경의 실(필라멘트)로 만들어도 350㎏의 무게(성인 약 5명의 체중)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파라계 아라미드는 나일론(Nylon) 섬유의 개발 이후 고분자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으로 꼽힌다.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 규모는 2019년 말 기준 36억 달러(약 4조33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 파라 아라미드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1, 2위인 미국 듀폰과 일본 테이진을 이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헤라크론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종전까지 메타계 아라미드는 주로 소방복, 파라계 아라미드는 방탄복, 방탄 헬멧, 방탄 차량 등에 활용돼 왔다. 기존 10Kg의 방탄조끼를 파라계 아라미드로 생산할 경우 1.5Kg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해 왔다.

또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는 가볍고 높은 강도와 뛰어난 인장력을 지녀 5G용 광케이블을 내부에서 지지해주는 보강재 역할을 한다.

5G의 필수 설비인 광섬유는 기존의 구리선보다 전송속도가 월등히 높지만 쉽게 늘어나는 특성과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를 아라미드 섬유로 감싸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로 온라인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광케이블 수요가 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가볍고 단단한 특성으로 인해 주행거리와 부품 경량화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부품 시장까지 적용범위가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용 초고성능 타이어 소재와 관련해서는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에 비해 무거우며 순간 가속력이 높아 이에 대비해 초고성능 프리미엄 타이어인 '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가 적용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아라미드 타이어코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아라미드는 그동안 북미와 EU 지역으로의 수요 편중이 심했으나 최근 중국·남미·동남아 등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자동차용의 확대 및 복합소재로의 활용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첨단소재기업 관계자는 "아라미드는 전 세계에서 수요가 증가 중"이라며 "방탄복, 방탄 헬멧, 광케이블, 우주항공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중요한 첨단소재"라고 말했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헤라크론 생산능력을 확충해 시장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6월 경북 구미시의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연 7500톤에서 두 배 수준인 연 1만5000톤으로 증설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50% 생산능력을 증설한 직후 생산능력을 다시 두 배로 늘리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대규모 증설 이후에도 헤라크론 사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이번 증설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 수요 증가에 발빠르게 대응해 높은 수익 창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헤라크론 브랜드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로 분석된다. 현재도 헤라크론은 생산가동률 100%, 판매율 100%의 기록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실제 2018년 이후 아라미드 등이 포함된 사업자재 부문 매출액 규모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매출의 4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린 이후에는 산업자재 부문 매출액 규모가 절반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첨단소재기업 관계자는 "헤라크론은 지금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효자제품이지만 미래에는 점점 더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시작한 헤라크론 증설 작업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중요 사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아라미드 섬유 제조시설 증설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해 이 땅에 의류혁명을 일으켰던 동력으로 아라미드 등 첨단소재를 글로벌화해 다시 한번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57년 설립된 코오롱의 전신으로, 나일론 제조사로 출발해 60년이 지난 현재 세계적인 종합소재·화학·패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구원들이 헤라크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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