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하며 조기 양적 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을 시사하자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특히, JP모건의 경우 같은 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연준이 올해 9월부터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을 시작할 것"이라며 2017~2019년 대차대조표 당시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인 '월 1000억 달러(약 120조2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시장에 매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공격적인 연준의 태도 변화에 미국 금융시장 역시 요동쳤다. 국채 수익률은 급격하게 오름세를 탔고, 고금리 상황에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뉴욕증시의 기술성장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5일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는 단숨에 각각 지난해 4월과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2월 25일(-3.52%)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준]

이와 관련해 인프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서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연준이 유동성을 주입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유동성을 빼낼 것이라고 선언한 시기에 주식시장에 남아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웰스파고 역시 이날 투자 메모를 통해 올여름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0% 하락하며 뉴욕증시가 조정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사는 "단기적인 성장 둔화, 연준의 매파적 태도(긴축 선호 성향), 주식 가치 고평가, 장기적인 잠재 성장률 개선 부진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례없는 유동성 장세 속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기술성장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유동성과 코로나19 속 온라인 산업의 급성장을 등에 업은 기술주들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뉴욕증시의 황금기를 주도했다. 그러다 맞은 연준의 빠른 태세 전환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성장주들의 향후 기대 이익은 크게 줄어드는 탓이다. 

실제, 연준이 테이퍼링을 발표했던 지난해 11월 FOMC 정례회의(2021년 11월 2~3일) 이후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각각의 성격에 따라 수익률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3일부터 이달 5일까지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 지수는 3.5%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대형주와 경기민감주가 다수 포함된 다우지수는 3대 지수 중 가장 높은 0.98%의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매파 행보에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의사록에서 연준은 지난해 11월 테이퍼링 돌입 당시와 같이 향후에도 시장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한편,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또 긴축 정책의 속도와 규모는 시장 안정성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상황이 개선될 경우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티얀치치 미국 금융 담당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날 의사록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오미크론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를 확신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12월 FOMC 의사록은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른) 노동력 부족 상황이 기업의 공급 능력을 계속해서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하고 더 광범위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some) 위원들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대중의 장기 물가 기대치와 일치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 즉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우려하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2%)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고 깊게' 이어지면서 전체 경제 성장세와 노동시장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조가 반대로,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온건할 경우 연준의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빠른 속도로 확대된 유동성은 전 세계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 등 여러 자산의 가격을 밀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른 유동성 회수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위험이 높기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경제학자는 FT에서 "이날 회의록을 통해 오히려 연준이 대차대조표 조정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보다 명확하게 전달했지만, 동시에 올봄 인플레이션 수치가 기존의 예상대로 하락할 경우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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