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금융지주, 올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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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2-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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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미술실 ]

금융지주들이 올해 일제히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금융산업에 진출한 빅테크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및 플랫폼 조직을 유연하게 개편해 종합플랫폼 그룹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담겨 있다.
 
◆올해 경영전략에 '빅테크 성장' 위기의식 담겨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플랫폼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시무식을 개최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을 통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디지털’을 주요 추진 과제로 꼽았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생태계를 선도하고 빅테크·플랫폼 기업과 경쟁해 앞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기존 금융사들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보다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지난해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올해를 수익 기반 확대 및 ‘디지털 기반의 종합금융그룹’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과감히 혁신해 전 세대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며 "올해는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테크 기업들과 겨뤄야 할 서비스들이 본격화하는 만큼 디지털 초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자"고 당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신년사에도 ‘디지털’은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신년사에서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우리는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객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금융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 핵심 기반 재설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역시 고객 관점에서의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 추진을 천명했다. 손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결국 고객”이라면서 “고객의 일상에 금융서비스를 녹여낼 수 있도록 고객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 이는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내부 시스템, 업무 방식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제히 '디지털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데는 급성장한 빅테크에게 주도권을 뺏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면서 "우리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직개편도 '디지털·플랫폼'에 방점
금융지주와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이미 '디지털·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도 마쳤다. 금융 앱의 리번들링(Re-bundling) 추세,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화 등으로 금융사간, 금융사와 빅테크 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KB금융지주는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 ‘디지털콘텐츠센터’를 통해 대고객 콘텐츠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디지털 플랫폼 품질관리 전담조직인 ‘플랫폼QC(Quality Control) 유닛(Unit)’은 고객 관점에서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2022년 조직개편에 ‘2기 플랫폼 조직 설계 및 지원 기능 강화’ 등을 조직 설계에 반영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 전략과 데이터 자문을 담당하는 ‘데이터기획 유닛’ △음성과 이미지를 분석하고 분석모형을 개발하는 ‘데이터사이언스 유닛’ △AI, RPA, 챗봇 서비스를 담당하는 ‘혁신서비스 유닛’ △AI 플랫폼과 빅데이터분석포털 등을 개발·운영하는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개편해 역할을 재정립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개인부문에 디지털전략그룹을 배속해 ‘디지털개인부문’을 신설했다. 디지털을 중심으로 리테일 영업을 활성화시켜, 차별화된 고객관리와 마케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디지털리테일그룹 내에는 ‘DT(Digital Transformation)혁신본부’를 신설, 하나은행 디지털 전환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내년도 중점추진 항목 중 하나인 ‘디지털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성공적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반인 인재, 기술, 조직, 기업문화의 혁신을 통해 시장 선도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개방형 생태계를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수평적 조직 및 일하는 방식 혁신을 위한 손님 중심의 플랫폼조직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기존에 하나의 본부 아래에 섹션(Section)과 유닛(Unit)으로 계층화되어 있던 조직을 플랫폼 조직 내에서는 섹션 없이 유닛만으로 구성함으로써 철저하게 손님의 관점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단계를 간소화하고 직원 간 소통과 협업의 기회를 넓혔다.

우리금융도 고객중심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 도약에 방점을 뒀다. 개인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는 ‘리테일디지털본부’를 신설했으며 해당 본부에 개인고객 금융상품을 개발, 운영하는 ‘개인금융솔루션부’와 비대면 채널·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개인금융플랫폼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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