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은행 대출 문 열린다...높은 문턱·선착순대출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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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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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새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되면서 대출을 중단했던 일부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고 있다. 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긴 일부 은행들은 우대금리 재개를 통한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한도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여지가 높고, 연내 다시 시작된 총량한도 규제로 '선착순대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새해 은행권 총량관리 재설정에 대출 재개···우대금리도 속속 부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중단됐던 일부 은행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게 됐다. 실제 지난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대출 창구를 닫았던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대출 상품 판매 재개에 나선다. 농협은행은 앞서 지난 8월 중단했던 주택담보대출을 이달부터 무주택자에 한정해 부분적으로 신규 주담대를 재개했는데, 이날부터는 주택 관련 대출을 제한 없이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난해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 소진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했던 토스뱅크도 이달부터 대출 영업을 시작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신규 주담대 상품을 다시 선보인다. 내년 대출 재개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20일부터는 주담대 사전 신규 접수에 나선 바 있다. 

사라졌던 대출 우대금리도 속속 부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과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6%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7%에서 0.9%로 0.2%포인트 올리고 우대금리가 없는 주택담보대출(변동) 상품은 최대 0.3%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해 9월 가계부채 관리 조치에 따라 해당 상품의 우대금리를 없앤 바 있다. 우대금리 부활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 대출 창구 문턱을 낮추는 효과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대출 관련 실수요자들의 숨통도 일정 부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출시장을 바라보는 금융권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당장 막혀있던 대출이 재개되고 우대금리가 다시 살아나긴 했으나 대출 희망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장벽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DSR부터 증가율 분기·월별 관리까지···대출규제 올해도 첩첩산중

우선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가 지난해보다 더 빡빡해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대로 설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수준인 5~6%대보다 더 낮은 수치다. 금융당국은 또한 기존에 연도별로 진행되던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를 분기별, 월별로 세분화해 모니터링에 나서기로 했다. 작년 하반기 야기된 초유의 대출 중단 사태와 선착순 대출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같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중간값인 4.5%로 가정할 경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예상 월 평균 가계대출 취급액은 2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조원가량 적은 수치다. 이는 은행들이 줄어든 대출 총량 규제 준수를 위해 또다시 차주별 대출 한도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점도 차주별 대출 한도 감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DSR은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당장 이달부터 DSR 규제 2단계 시행으로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시 은행권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일례로 연소득 4000만원인 무주택 차주가 서울에서 6억원 시세 주택을 구입할 경우 작년까지는 최대 3억600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달부터는 대출 만기를 최장 30년(금리 3.5%)까지 잡아도 최대 한도는 3억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는 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된다. 이 경우 총가계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모든 차주는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1억원 넘게 대출을 받은 차주는 593만명에 이른다. 규제가 시행되는 내년 7월까지 전체 차주 수에 큰 변동이 없다면 약 600만명이 강화된 DSR을 적용받는 셈이다. 이 가운데 20.9%(124만명)가 20대 이하 청년 또는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아예 막힐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대출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은 선제적인 총량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하향 조정했다. 예비의사와 예비법조인의 대출 자금용도도 학자금으로만 제한했다.

"대출 또 멈출라"···학습효과에 가수요 '선착순대출' 우려 여전

이처럼 까다로워지는 대출규제 속 '선착순대출'에 대한 우려 또한 계속되고 있다. 당국이 최소 월 단위로 은행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갈 경우 연말에 한 차례 오던 대출 절벽이 분기 말마다 올 수 있고 그에 따라 은행들도 대출에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매달 초 대출 고객이 크게 몰릴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출을 받지 못하면 다음 달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아직까지 전면 비대면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비중이 낮은 만큼 월 초에 각 은행 지점으로 고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급작스레 대출이 중단됐던 선례가 있는 만큼 차주들이 학습효과로 인해 가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가수요가 몰려 대출이 조기 소진되고 대출문이 다시 닫히면 대출금리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달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될 경우 차주별 대출 한도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대출 급증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DSR 40%가 적용되는 만큼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당국도 실수요를 위한 대출은 열어둔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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