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선 앞두고 ‘朴 사면’ 택한 文, ‘정치적 부담’ 홀로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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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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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 소용돌이 속으로…촛불시위 국론 분열 상황 재연될 듯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김진국 민정수석은 아들이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며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고 밝혀 물의를 빚자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 고유의 권한인 사면권 행사는 매번 논란이 있어왔지만, 대선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전격 단행된 이번 사면은 그동안의 사면 논란과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발표가 있었던 24일부터 이틀간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무선 100%)를 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서던포스트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 결정에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9.8%(매우 잘한 결정 16.6%, 잘한 결정 43.2%)로 나왔다.
 
26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 비율은 34.8%(매우 잘못된 결정 15.5%, 잘못된 결정 19.3%)로 나타났고 ‘모름/무응답’은 5.3%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반응이 달랐다. 문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52.8%가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81.4%가 ‘잘했다’고 답해 큰 차이를 보였다.
 
‘국민통합’이라는 문 대통령의 사면 취지는 여론의 극심할 갈등을 야기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0시 ‘자유의 몸’으로…당분간 신병 치료 전념할 듯
 
문 대통령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복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인 오는 31일 0시 풀려난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교정당국 직원들이 병원에서 철수하는 형태로 석방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1997년 12월 22일 고 전두환·고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의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젠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면서 “신병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활동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신병 치료에 전념하신다고 했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정치인을 비롯해 어떤 분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등 혐의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와 별도로 2018년 11월엔 새누리당(현재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 받은 상태였다.
 
◆5대 중대 범죄 사면 불가 공약 뒤집은 文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등 참모진과도 상의를 하지 않고 청와대 민정라인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 최소한의 보고 절차를 통해 사면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부담을 혼자 짊어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선거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 대선 당시 뇌물, 배임 횡령 등 횡령 5대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공약을 스스로 파기한 것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만 해도 사면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명분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두 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사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막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박 장관은 “사면은 국가원수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사면심사위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미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평가는 무의미하다”면서 “나 같아도 (사면 여부에) 고뇌를 많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기서 생길 수 있는 후폭풍이나 갈등 요소를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정부의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사면 계획 발표 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입장 문안을 만드는 데에 많은 고심을 했다. 저는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을 크게 져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고,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명 문제에 대해서는 ‘안 하는 게 맞고 최소한 본인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와 역사적 책무 등을 합쳐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저희가 논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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