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도 상무도 없다"…CJ, 임원직급 '경영리더'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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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입력 2021-12-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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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이 지난달 3일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중기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CJ지주]


CJ가 내년부터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뉘어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 지난 2000년 직급 호칭을 파괴한 데 이은 또 하나의 '파격 실험'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중기 비전을 발표하며 인재 발탁과 조직문화 혁신을 예고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CJ는 이 같은 내용의 임원직제 개편안을 지주 및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승인하고 이번 임원인사에 적용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CJ가 임원직급 단일화라는 파격을 시도하는 이유는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로는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벤처·스타트업으로 출발하지 않은 기존 대기업 그룹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 단계까지 축소한 사례들은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가 처음이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임원)’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 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 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앞서 CJ는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님' 호칭을 도입해 수평적 소통문화를 안착시킨 바 있다. 2012년에는 입사 후 10년 만에 임원이 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CJ는 내년부터 임원의 대외 호칭으로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할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님’ 문화는 변화가 없다.

이와 함께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차량·사무공간·비서·기사 등도 앞으로는 보직과 역할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직급별로 차종이 정해져 있던 업무용 차량도 앞으로는 일정 비용 한도 내에서 업무 성격과 개인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바뀐다.

CJ는 임원 직급 단일화를 인재 육성 시스템 개선의 선도 조치로 시행하고, 이후 일반직원 직급 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은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을 전문성, 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 중심의 ‘어소시에이트(Associate)-스페셜리스트(Specialist)-프로페셔널(Professional)’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 연한을 철폐했다. CJ CGV와 CJ푸드빌도 젊은 인재의 빠른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7단계에서 4단계로 직급 체계를 개편한 바 있다. CJ ENM,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의 직급 파괴는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 및 글로벌 경쟁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CJ는 특히 미래 성장의 주역이 될 MZ세대가 원하는 ‘공정한 성장기회’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이 승진 단계를 줄이고 성과, 역할을 중시하는 인사 조직문화 구축에 있다고 보고 있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인적 구성이 점차 젊어지고 있는 만큼 인사제도나 조직문화도 구성원 특성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말 기준 CJ그룹 MZ세대(1980~2000년 출생자) 구성원 비중은 75%로 4년 전인 2017년(65%) 대비 10%포인트 올랐으며 특히 1990년대생 비중은 22.1%에서 37.3%로 약 15%포인트 급상승했다.

CJ는 지난 11월 초 C.P.W.S.(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 4대 미래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전략을 제시할 때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 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라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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