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럽행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 중단...가격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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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1-12-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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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아말-유럽 가스관' 공급을 중단하며 유럽 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가디언 등 외신은 독일 가스업체 가스케이드의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가 주말인 지난 18일부터 독일에 공급하는 가스를 줄인 뒤, 21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아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미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 폐쇄와 추운 날씨 등으로 수요가 늘고 있던 상황에서 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 18일 로이터는 독일-폴란드 국경에 위치해 독일로 들어가는 가스의 마지막 통과 지점인 말나우 계량 지점의 가스 유량이 시간당 120만㎾h(키로와트시)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과 17일에는 각각 평균 1200만, 1000만㎾h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20일 기준 러시아가 독일 말나우 계량 지점으로 보낸 가스는 전체 수송량의 4% 수준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평균적으로 이 시기에 전체 용량의 35% 수준으로 가스를 운송해 왔다. 이후 21일부터 러시아는 독일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가스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유럽 천연가스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가스 1월물 가격은 21일 20% 이상 급등해 ㎿h(메가와트시) 당 181유로(약 24만3640원)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가스 1월물 가격 역시 같은 날 20% 뛰어올랐다. 22일 들어 가스 가격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가스 1월물 가격은 22일 3% 하락한 ㎿h당 175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분석가들과 유럽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에 정치·경제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두고 정치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번 가스 중단을 통해 유럽의 주요 가스 공급원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고,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을 이끌어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목적을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21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상업적으로 내린 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22일에도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송이 중단될 수 있다고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가스 운송이 중단될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수십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모든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경우 러시아 가스가 유럽으로 수송되는 것을 막겠다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11월 11일 성명에 대해 나온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스푸트니크·연합뉴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벨라루스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 28일 비공식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통신사 RIS는 22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갈등을 빚고 있는 벨라루스는 나토가 폴란드에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벨라루스 내에도 러시아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 러시아의 대표적 우방국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 역시 이번 가스 중단에는 정치적 뜻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한파와 높은 수요로 독일로 가스를 보내는 대신 폴란드 방향으로 가스를 운송했다고 밝혔다. 아말-유럽 가스관은 가스 운송 방향을 바꿀 수 있어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스를 보내거나, 러시아로 가스를 돌려보낼 수 있다.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는 독일 가스업체 가스케이드 역시 21일 요청에 따라 가스를 운송하고 있을 뿐이라며 "상황에 따라 독일 또는 폴란드로 가스를 운송해 달라는 요청이 더 우세하다"라며 "이것이 가스를 (독일로 보내지 않고 폴란드로 돌려보내는) 방향 전환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가스가 폴란드로 운송될지는 불확실하다. 폴란드 내 가스 독점업체 PGNiG는 가스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독일에서 들어오는 가스가 폴란드로 올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영업 비밀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치인들은 높은 가스 가격에 민관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높은 가스 가격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가계와 기업을 위해 가격을 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드라기 총리는 "훌륭한 실적을 내고 있는 대형 에너지 생산업체와 판매업체가 있다"라며 "이들 역시 경제를 부양하고, 가계를 돕기 위해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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