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역사 왜곡' 설강화는 어쩌다 광고주들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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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12-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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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조선구마사' 될까…설강화, 역사 왜곡 논란에 광고주 손절 릴레이

  • 안기부·간첩 미화해 민주화운동 폄훼한다는 지적…폐지 요구 국민청원 '30만명'

  •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설상가상'…JTBC "전개 과정서 오해 해소될 것"

드라마 설강화 [사진=JTBC]

JTBC 드라마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광고와 협찬사들의 손절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자 자칫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제작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설강화가 '제2의 조선구마사'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식 소품과 의상 등 과도한 중국풍 설정으로 논란이 일면서 광고주들이 제작 지원을 전면 철회해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12월 21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설강화의 3대 제작지원사 중 푸라닭치킨과 넛츠쉐이크가 제작 지원과 광고 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협찬사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과 패션 브랜드 가니송, 기능성 차 전문 브랜드 티젠 등도 줄줄이 설강화 손절에 나섰다. 특히 푸라닭치킨은 설강화 남자주인공인 정해인이 전속모델로 있는 브랜드다. 자사 전속모델이 출연하는 작품에 지원을 중단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푸라닭치킨은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 "제작사와 방송사 측에 설강화와 관련해 일체 제작지원 철회와 광고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 당사 제작지원 광고 진행이 푸라닭을 사랑하는 많은 고객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고개 숙였다.
 

[사진=치킨 브랜드 푸라닭 치킨 공식 홈페이지]

설강화가 배우 정해인과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 등 호감도 높은 출연진을 앞세우고도 광고·협찬사로부터 외면받는 배경엔 역사 왜곡 논란이 있다. 먼저 설강화는 독재정권 시절인 1987년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재독교포 출신 대학원생 수호(정해인)와 여대생 영로(지수)가 만나 짧은 로맨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6개월 뒤 수호는 북에서 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간첩 신분임이 드러난다.

이때 '대동강 1호'로 불리는 간첩을 쫓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수호를 자신들이 찾는 인물로 의심하고, 결국 덜미가 잡힌 수호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린 채 여대생 기숙사에 몸을 숨긴다. 드라마는 그런 수호를 발견한 영로의 모습으로 엔딩을 맞으며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수호를 감싸줄 것이란 전개를 예고했다.
 

드라마 설강화 [사진=JTBC]

사실 설강화는 앞서 지난 3월 시놉시스 일부 내용이 유출되면서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당시 누리꾼들은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이라는 점, 안기부 팀장을 정의로운 인물로 묘사한 것을 지적하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설강화를 연출한 조현탁 PD는 제작발표회에서 "198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군부정권과 대선정국이라는 상황 이외에 모든 인물과 설정은 가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8일 첫 방송 이후 앞서 누리꾼들이 우려했던 내용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은 하루 만에 정부의 답변 기준인 서명자 수 20만명을 넘긴 데 이어 21일 오전 10시 기준 30만6000명을 기록했다. 청원인은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1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간첩인 남자 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며 민주화 운동을 폄훼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민주화 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당하거나 숨진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에도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민주화 운동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어 자칫 외국인에게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강화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도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누리꾼들이 디즈니 본사와 디즈니 플러스에 설강화 스트리밍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엔 디즈니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 항의 메일 보내는 법을 작성한 글쓴이는 메일 내용까지 직접 작성한 뒤 다른 누리꾼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글쓴이가 작성한 메일엔 "(설강화를 비유하자면) 프랑스 혁명을 그린 드라마가 자유와 인권을 외친 잔다르크와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고, 그들을 고문하고 폭행한 사실을 정당화하는 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설강화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예정됐지만, 방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JTBC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며 전개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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