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증권거래소 통합출범...'양대 시장 역할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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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12-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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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SE 주식거래 총괄, HNX, 파생상품·채권 담당

  • VNX로 통합 ‘'시너지 효과' 기대...증시규모 확대에 박차

베트남의 양대 증권시장을 통합한 증권거래소(VNX)가 출범했다. 그동안 베트남 증권거래소는 호찌민 증권시장(HOSE)과 하노이 증권시장(HNX)으로 이원화돼 운영돼왔다. 통합 거래소의 시작은 베트남에서 증권시장이 열린 지 21년 만이다. 향후 증권시장은 호찌민이 주식 거래 시장을, 하노이가 파생상품과 채권을 맡아 각각 역할을 분담한다. 양대 시장의 주장이 엇갈렸던 본부의 위치는 결국 하노이로 정해졌다. 
 

베트남 증권거래소 출범식 [사진=베트남통신사]

13일 베트남 재정부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레민카이(Le Minh Khai) 부총리와 호득푹(Ho Duc Phuc) 재정부 장관, 응우옌탄롱(Nguyen Thanh Long)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일 베트남 증권거래소 출범식을 개최했다. 

레민카이 부총리는 이날 출범식에서 "베트남 증권거래소의 설립이 파편화된 시장 부문을 통합해 조직 운영 체제, 정책, 시장 서비스, 정보기술 인프라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외 투자 유치를 더 확대해 베트남 시장의 규모와 위상을 높이고 효과적인 국가 발전에 실질적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의 성장은 부분적으로 당과 국가의 정책에 대한 투자자와 기업의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며 “시장의 발전을 위해 모든 관련 기관,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더욱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VNX는 하노이에 본사를 두고 3조동(약 1542억원)의 정관자본금 100%를 국가가 소유하는 1인 유한책임회사의 모델이다. VNX의 관리는 재정부가 책임을 지며 그동안 양대 거래소가 각각 담당했던 주식시장, 시장 감시, 위험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파생상품, 채권 거래, 기타 증권거래시장 조직·운영·책임은 HNX가 맡았고, HOSE는 주식 거래와 기타 유가증권 가운데 일부의 조직·운영·책임을 맡게 된다. HNX의 상장 종목들은 2023년 12월까지 HOSE로 모두 이관할 예정이다.
 
◆15년 만에 통합···베트남 증시 활황세 지속 '장중 최고가 1500선 돌파'
베트남 증권거래소의 통합은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논의된 사안이다. 호찌민 증권시장은 2000년 7월에, 하노이 증권시장은 2005년 7월에 개장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먼저 개장한 호찌민의 본부 유치가 유력했다고 내다봤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본부를 호찌민에 둔다는 구두 방침도 밝힌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찌민 주식시장은 하노이에 비해 수십 배 이상 덩치를 키우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지금도 거래량 기준으로는 올해 11월 하노이는 하루 평균 4조4590억동인 반면 호찌민은 하루 평균 32조4790억동에 이른다. 8배 정도 차이다. 시가총액 또한 하노이는 전달 기준 485조동이며 호찌민은 5700조동이다. 상장기업 수 역시 하노이는 비상장주식인 업컴(UPCOM)을 제외하고 346개인 반면 호찌민은 상장기업이 548개다. 베트남의 대표 종목 지수인 VN30도 호찌민 증권거래소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하노이시에 본부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 총리의 결정문 37호가 공표됐다. 베트남 금융의 중심인 호찌민 관련 업계의 지지 속에도 중앙기관은 수도에 둔다는 정부 시책에 따라 결국 하노이가 본부로 결정된 것이다. 

호찌민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 거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본부의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다른 나라와 달리 금융 중심지인 호찌민을 두고 하노이에 본부를 둔 것은 다소 아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거래소(HOSE) VN지수 변동 추이 [그래픽=아주경제DB]

베트남 증권시장(VN지수)은 최근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수년간 활황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월 25일에는 VN지수가 1500을 돌파해 주식시장이 정식 개장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VNX에 따르면 올해 11개월 동안 평균 거래 금액은 한 세션당 37조2000억동(약 1조9120억원) 이상에 도달했으며, 이는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10월 말 기준 주식시장 시가총액과 발행 채권 잔액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63%에 도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주요국 증시 상승과 동반해 베트남 증시도 탄력을 받았다”면서도 “무엇보다 활발해진 베트남의 개인 투자는 주변국보다 더 높은 상승세를 이끄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VNX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신규 계좌가 170만개 개설됐으며 올해는 9월까지만 해도 신규 계좌가 약 100만개 개설됐다. 지난 2년간 개설 실적은 그동안 총 개설된 계좌의 수를 가뿐히 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규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HOSE는 20년 역사상 최고 수익(9930억동)을 거두기도 했다. 

반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후진적인 부분도 많다는 평가다. 베트남 증권시장은 주식 매도 이후 결제가 이뤄지기까지 3일이 걸린다. 당일 매매가 허용하는 이른바 단타 매매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주당 최고 상·하한가도 7%로 규정돼 있다. 공매도와 스톡옵션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달러와 유로화를 제외하곤 직접 환전이 불가능한 ’이종통화‘ 규정에 따라 원화는 환전이 불가능해 한국 등에서 직접투자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KRX에서 도입한 거래시스템 적용···MSCI 이머징지수 편입 목표
베트남 재정부는 이번 통합 증권거래소 출범을 통해 보다 선진화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증권거래소는 △법적 관리감독과 체계 강화 △서비스 품질 개선 △상품 다양화 △공개적이고 투명한 투자 환경 조성 △기술 인프라 현대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기본 목표를 세웠다. 

무엇보다 주식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계속해서 지적됐던 거래소 서버 구축 문제를 대폭 개선한다. VNX는 현재 한국증권거래소(KRX)와 새로 개발하는 거래시스템에 대한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늦어도 내년 2분까지는 기존 FPT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내년까지 베트남 증시를 MSCI 이머징(Emerging Market) 지수에 정식으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베트남은 이 지수에 편입을 시도했지만, 시장제도 등 미비점이 드러나면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MSCI 지수는 모건스탠리가 개발한 지수로 FTSE 편입 지수와 함께 글로벌 금융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지수다.

VNX는 “중기적으로 HNX와 HOSE가 3개년 발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가증권위원회, 관련 부처 등과 협력해 '2021~2030년 베트남 주식시장 발전 전략'을 곧 마련해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우옌탄롱 VNX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이번 통합은 단순히 HNX와 HOSE 간 기계적인 통합이 아니다”면서 “VNX는 2개 시장의 개발 철학을 통합해 새로운 개발 가치를 창출하고 국제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통합해 베트남 주식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연결성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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