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꼼꼼히 따져본 CPTPP 가입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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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1-12-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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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홍남기 부총리는 “교역·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 우리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가 CPTPP 관련된 수산보조금, 디지털 통상, 국영기업, 위생검역 등 국내 제도를 착실히 정비해왔으며 회원국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왔다는 사실을 참작하면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는 사실상 가입을 전제로 진행될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CPTPP 가입은 필요하다. 농수산업을 비롯해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도 있지만 2019년 기준 우리 수출액의 23.2%, 수입액의 24.8%를 차지하고 있는 11개 회원국과 교역을 늘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지난 9월 가입을 신청했던 중국과 대만이 우리보다 먼저 가입할 경우 우리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CPTPP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가입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CPTPP 가입이 가지는 전략적 손익을 냉철하게 계산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CPTPP 가입은 우리 안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군사동맹국이자 제2교역국인 미국이 CPTPP에 불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처음 추진되어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였다. 거의 모든 미국의 통상 전문가들이 TPP 복귀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TPP 복귀는 물론 CPTPP 가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주의에 영향을 받는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의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CPTPP의 대안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CPTPP와 대중 견제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이달 9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블룸버그 회의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프레임워크의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기한 아시아 무역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것이다. 회원국으로는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이 우선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용 면에서 이 프레임워크는 CPTPP와 큰 차이가 있다. CPTPP에서 다루지 않은 공급망, 수출 통제, 인공지능(AI) 표준 등이 이 프레임워크의 의제에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지난 9월 16일 CPTPP에 가입을 신청하였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가입 신청이 바로 수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CPTPP는 기존 회원국이 다 동의해야 가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회원국 중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칠레가 중국의 가입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였으나 일본과 호주는 중국이 CPTPP에 규정된 높은 수준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회원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중국이 양자 협상을 통해 각개 격파 전략을 구사한다면 중국의 가입을 지지하는 국가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대중 견제 전략이라는 CPTPP의 효용 가치가 상실된다. 아시아 지역의 역내 무역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중국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CPTPP에 가입하기보다는 중국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방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대일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TPP를 탈퇴한 이후 일본은 10개국을 설득해 2018년 CPTPP를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때문에 현재 CPTPP 주도국은 일본이다. 따라서 일본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은 실현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가입 신청을 하면 CPTPP의 맹주로서 일본은 우리나라에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후쿠시마 주변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의 수입을 제한하자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였다. 2019년 4월 26일 분쟁해결기구가 우리나라의 수입 제한이 'WTO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최종 판결에 일본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2019년 7월 일본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위협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이 문제의 시정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의 거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무역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현안을 연계하는 것이다. 가입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일본이 독도 및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제시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이런 의제를 일본이 거론한다면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미국, 중국 및 일본과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미국이 목표로 설정한 2022년 말까지 이 프레임워크가 출범한다면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안보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CPTPP보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와 동시에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미국 및 중국과 양자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 미국과는 한미 FTA 개정을 준비해야 한다. 2012년 발효 이후 거의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면적인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중국과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서비스·투자·금융 분야에서 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투자 보호가 강화되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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