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영 前뉴시스 도쿄특파원·日와세다대 국제관계학 박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본 북한 주민들이 무자비한 처벌을 받았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달 23일 보도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고교생 7명이 이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돼 드라마 비디오를 구입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 6명은 노동교화형(징역) 5년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 교장과 담임 등은 노동당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탄광 등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드라마가 담긴 USB를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형을 당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처벌받는 것이 물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 기사보다 열흘 정도 앞선 지난달 14일 영국 BBC 방송은 이런 보도를 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오징어게임’을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내용”이라면서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극단적인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질 일이다. 북한은 왜 “남조선 사회의 부정부패와 패륜패덕”을 파헤친 드라마를 본 주민들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처형하고 감옥 보내고 탄광으로 내쫓는 것일까. 내용을 불문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가 이른바 ‘반(反)사회주의’ 범죄로 규정돼 있고, 여기에 걸리면 가혹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롭게 제정하고 기존의 ‘행정처벌법’도 개정해 북한 주민들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를 대폭 높였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대북 경제 제재, 자연재해에다 코로나19 봉쇄의 3중고(苦)에 빠져 있다. 세 가지 하나하나가 모두 북한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3중고보다 더욱 북한 주민들을 옥죄는 공포의 대상은 이 ‘반사회주의’ 처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게임’ 관련 희생자들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처벌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3중고’보다 더욱 체제 위협적인 것이 ‘반사회주의’ 범죄라고 판단하고 강력히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말하는 ‘반사회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용어의 사용 궤적을 살펴보면 북한 체제의 변천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하고 지키려는 북한 정권 나름의 노력과, 이에 저항하는 주민들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행위가 부닥치는 과정이 곧 ‘비(非)사회주의-반사회주의’라는 말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서는 ‘비사회주의’라는 말만 통용됐다. 그러다가 경제난이 가속화된 1980~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자 각종 ‘비사회주의’ 행위 중에서도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를 ‘반사회주의’로 규정하고 더욱 엄중하게 대처하게 된 것이다. 한국 드라마 시청은 ‘반사회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비사회주의’는 “사회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온갖 불건전한 것”으로 정의된다. 김일성은 1971년 전국교원대회에서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이 무엇인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 적이 있다. “잔치를 크게 차려 낭비하는 것이라든지, 사람이 죽었을 때 향불을 피우는 것은 다 낡은 사회의 생활양식이다. 오늘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허례허식과 낡은 관습은 필요 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사회주의’는 주로 낡은 풍습이나 미신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적인 처벌 대상까지는 되지 않았고 주민 사상교양사업으로 고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가 들어서면서 ‘비사회주의’는 보다 폭넓게 적용되고 법적인 처벌 대상이 된다. 김정일은 1982년 사회주의 헌법 발표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논문에서 “사회주의 법무 생활을 강화해야 개인 이기주의와 같은 낡은 사상 잔재를 뿌리 뽑고, 밖으로부터의 부르죠아 사상을 막을 수 있다”면서 ‘비사회주의’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법질서를 철저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사회주의’가 법적 통제 또는 투쟁의 대상이 되고, ‘위법’의 굴레를 쓰게 된 것이다.

1980년대 말 동유럽권의 개혁과 사회주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북한 정권은 ‘비사회주의’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서 외국 참가자들이 입고 온 청바지가 북한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고 가장 입고 싶은 옷으로 꼽혔다. 그러자 김정일이 청바지를 ‘미국 깡패옷’이라고 지적했고 곧바로 청바지뿐 아니라 외국 글자나 그림이 들어간 옷까지 단속 대상이 됐다.

1990년대 들어 배급제도 등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북한 정권은 ‘비사회주의’ 척결의 칼날을 더욱 곧추세웠다. 1992년 10월 김정일의 지시로 ‘비사회주의’를 감시하고 단속하기 위한 비상설 검열조직인 ‘비사회주의 그루빠’, 일명 ‘비사 그루빠’를 만들었다. 중앙당, 중앙검찰소, 중앙재판소,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인민보안부(사회안전성) 등 5개 기관에서 인력을 차출하여 구성된 조직이었다. 이외에도 ‘6.4그루빠’ ‘노동자 규찰대’ 등 각종 사상 교양 및 감시 조직들을 결성하여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국 드라마 붐이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불법 영상물 및 출판물, 외부 라디오 청취 등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일명 ‘상무’ 조직이다. ‘그루빠’가 비상설인 데 반해 ‘상무’는 상설 조직으로 한번 조직하면 장기적으로 활동한다. 대표적인 상무 조직으로는 2004년 만들어진 ‘109상무’를 들 수 있다.

결국 북한 정권의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에 대한 대응은 갈수록 강화돼 왔으며, 그 대응 강도는 스스로 느끼는 체제 위기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체제 위기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반사회주의 단속이 강화됐다. 북한의 체제 위기에는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과 대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마련이어서 위기의 정도를 외부에서 정확히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반사회주의’를 얼마나 강력히 통제하고 나서는지를 살펴보면 거꾸로 북한 정권이 체제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어떨까.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가 들어설 때만 해도 그가 서구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고, 게다가 젊은 지도자라는 사실 때문에 북한에 어느 정도의 자유로운 분위기, 즉 ‘비사회주의’가 허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정권은 북한 역사상 가장 철저한 ‘반사회주의’ 척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체제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기존의 여러 상무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828상무(2011년 창설), 114상무(2012년), 620상무(2016년) 등 새로운 조직을 연달아 신설했다. 김정은 정권이 한국 드라마 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당원 교육 자료인 ‘학습제강’에 잘 나타나 있다. “자본주의 사상과 부르죠아 생활방식을 주입시키는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전략이 지난 시기에는 침략의 길잡이였지만 오늘날에는 침략의 주역으로 대두했다.”

남북 교류나 미·북 접촉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이면 북한 당국의 ‘반사회주의’ 단속은 더욱 강화됐다. 북한 사회안전성(경찰)은 2018년 3월 19일 북한 전역에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포고문을 냈고, 러시아 등 해외의 북한 근로자들에게도 알렸다. 한국 문화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김정은 정권의 ‘반사회주의 투쟁’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절정을 이루다시피 했고 이후 노동신문 등에는 이에 관한 기사와 논평이 줄을 잇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돌아가 보자. 이 드라마를 보다 처형당하고 처벌받은 북한 주민들은 북한 법에 따른 범법자이고 그래서 북한 내부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건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다. 북한의 ‘반사회주의’ 관련 처벌 내용은 거의 모두가 기본적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앞으로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 등이 진전되는 데 따라 북한 인권 차원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반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가상의 참혹한 ‘오징어게임’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조윤영 필자 주요 이력

△이화여대 북한학 석사 △일본 와세다대 국제관계학 석·박사 △뉴시스 도쿄특파원 △<北朝鮮のリアル(북한의 현실)> 저자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행위의 4가지 유형
 
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로 규정해 단속하는 행위들은 위법성 정도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최대석·박희진 논문 참고).

첫 번째는 사회주의적 규범과 가치관, 생활양식에서 벗어난 ‘일탈행위’다. 단정하지 못한 머리 스타일이나 복장, 생활총화와 같은 당 생활 소홀, 직장 무단결근, 굿을 하거나 점 보기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경제난으로 인한 위법행위다. 불법적 경지 경작이나 허용하지 않은 장사 활동, 개인 고용, 뇌물수수 등이다. 세 번째는 형법상 범죄행위로 성매매, 밀수, 중국 휴대폰 사용 등이 해당한다. 네 번째는 범죄행위 중 가장 높은 수위의 반국가 및 반민족 행위로, 자본주의 문화를 유포하거나 북한의 기밀을 해외에 누설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행위가 한국 드라마 시청이다. 

이 같은 행위들은 북한 내의 경제난과 대외 개방 정도에 따라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경제난 타개를 위한 개혁-개방의 과정도 북한 정권으로서는 ‘반사회주의’와의 투쟁 과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윤영 필자 주요 이력

△이화여대 북한학 석사 △일본 와세다대 국제관계학 석·박사 △뉴시스 도쿄특파원 △<北朝鮮のリアル(북한의 현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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