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서울시가 학생·학부모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으며, 자치구 예산을 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7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서울시에 대한 서울시구청장 일동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은 권한대행 체제인 종로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시내 23곳의 구청장 명의로 작성됐다.
협의회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자치구에 그동안 추진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모든 단체의 명단과 프로필, 강사의 명단과 약력, 강의록을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참여 학생이나 학부모 명단도 요구했다.
협회장인 이성 구로구청장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방과 후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진로 탐색, 환경보전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인적사항이 왜 필요한가"라고 물으며 "구청장협의회에서는 과거 정보기관에서도 대놓고 수집하지 않던 사찰형식의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청장들은 최근 서울시가 제안한 상권회복 특별지원상품권 발행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예산 출처와 세부 계획의 허술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구청장협의회는 서울시가 재원으로 언급한 '특별조정교부금'은 본래 자치구 예산이며 서울시는 분배 역할만 하고 예산은 자치구별 현안 사업 추진에 쓰여왔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시가 이 예산을 구청의 요구와 달리 상품권 특별 발행에 배정했다는 것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서울시가 지역상권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전액 시비로 편성하는 성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구청장협의회는 허술한 계획도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상품권 발행을 제안하면서도 자치구별로 손실 규모가 큰 '1/3 행정동'에 한정한다고 규정했는데 구청장협의회 이를 두고 동별 손실 평균과 상관없이 당장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차별하게 돼 결과적으로 주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구청장협의회는 "우리는 상생과 화합이라는 '덧셈의 정치'를 원한다"며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고 확진자가 늘어가는 엄중한 시기에 편 가르고 분열하는 '뺄셈의 정치'는 설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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