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이 낳은 '비효율 경찰'] <상>늑장 수사에 전문성 결여...'거대 경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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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윤혜원 수습기자
입력 2021-1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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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경 수사권 조정 1년 다 돼가는데...현장 혼선 여전

  • 수사지연·부실수사 우려 커져

  • 경찰·민원인 모두 골머리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이은 ‘서울 신변보호 여성 사망 사건’까지 연이은 부실한 현장 대응에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불똥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까지 튀었다. 내년 1월 1일이면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지 1년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현장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찰 현실에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는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수사 비효율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고소·고발 사건 수사 지연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수사 기간 준수와 진행 상황 통지에 관심을 갖고 지연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3월과 7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권고한 내용이다. 행정안전부령 경찰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고소·고발 수사를 원칙적으로 3개월 내 마쳐야 한다. 또 고소인 등에겐 수사 개시 후 한 달마다 진행 상황을 통지하게 돼 있다. 이에 경찰청은 “감사, 수사심의신청 제도 등을 통해 수사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있으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이런 답변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권한을 감당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수사 지체와 부실한 사건 처리가 대표적이다. 비효율적 수사에 경찰 스스로는 물론 민원인들까지 고통받는 현실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무량 2~3배 늘어”...수사지연·업무 과중 ‘이중고’
 

지난 1월 1일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폐지됐으며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손에 쥐었다. 70년 만에 달라진 형사사법시스템 아래 시민들은 양질의 수사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검찰과 경찰에 나뉘어 접수되던 고소·고발 사건이 경찰에 집중되면서 수사는 늘어지고, 경찰은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찰이 기소 혹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거나 수사중지를 통보한 사건은 53만8889건으로 전년 동기(58만6250건) 대비 8% 줄었다. 최종 기소 건수도 대폭 감소했다. 검찰은 올해 상반기 송치건 중 16만3730건을 기소해 전년보다 15.7% 쪼그라들었다.
 
경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반려되거나 이를 접수하더라도 불송치 결정이 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월 경찰에 접수된 사건 51만8905건 중 17.6%인 9만1130건이 내사종결, 8.2%인 4만2324건이 미제 편철 처분됐다. 내사는 정식 수사 이전에 이뤄지는 경찰 자체 조사로 입건이 되지 않은 채 이뤄진다. 미제 편철은 경찰이 수사 실마리를 찾지 못해 사건을 공소시효 만료까지 잠정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국 변호사를 상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문제점’에 관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 부담이 갑작스레 늘어나면서 수사가 지연되는 문제가 떠오르자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2~3배 이상 늘었지만 인력 보강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며 “야근을 해도 야근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대법 판례조차 없는 불송치 이유서"..전문성 의구심
 
경찰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부실 수사 가능성도 수사권 조정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경찰의 불기소 이유에 해당하는 내용을 적어놓은 문서인 ‘불송치 결정이유서’가 대표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복잡한 배임 등 고소 대리 사건에 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A4용지 절반가량의 불기소 이유에는 이해 불가한 말이 적혀 있었고 흔한 대법원 판례 등 불송치 결정을 뒷받침할 법리 한 줄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에서 피해자가 살해되기 전 수차례 이어진 폭행 피해에 대해 고소를 했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문성 부족도 예상됐던 부작용이다. 경찰청은 최근 수사 지연 대책으로 수사 분야 내부 자격시험을 생략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을 대상으로 한 ‘경제범죄수사팀 활성화 특별계획’이다. 이 계획은 경찰이 수사 업무를 맡기 위해 내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했던 기존의 방침을 내부 자격시험 없이 수사팀에 투입하기로 한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경제 관련 범죄는 형법뿐 아니라 민사 관련 전문지식도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경찰이 부족하다고 자격시험 없이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변호사는 “여전히 실무에서는 혼란이 크다”며 “변호사들은 여전히 고소장을 어디에 접수할지, 불송치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서로 귀동냥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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