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판이 바뀐다] 260조 퇴직연금 시장 변곡점 맞나…‘은행vs증권사’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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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이재빈 기자
입력 2021-1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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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26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의 유치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높은 수익률을 좇아 증권사로 향하는 자금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 상품군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디폴트옵션 상품군이 최종 확정되면 '은행→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이 거세져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금융사들간 수수료 인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하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이 지난달 22일 퇴직연금 ‘ETF’를 출시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에 ETF를 추가했다. 나머지 은행들도 조만간 퇴직연금 ETF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 보유한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은행권은 증권과 연계에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ETF를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왔지만, 금융당국이 ‘실시간 ETF 매매는 증권사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가로막혔다. 이 때문에 이번에 시중은행이 출시한 ‘퇴직연금 ETF’도 가입자가 주문하면 은행이 시차를 두고 ETF 매매를 대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ETF 출시에 열 올리고 있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권사로 이동하는 자금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의 경우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다 보니 증권사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 반면 증권업계는 증권사를 찾는 고객 특성상 공격 투자형이 많아 전체 적립금에서 실적배당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데, 증시 호황을 타고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수익률을 좇아 올해 상반기 중 연금 계좌이체를 통해 은행·보험에서 증권업계로 넘어간 자금은 1조2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5000억원, 6000억원의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셈이다. 특히 증권사 퇴직연금 IRP로 순유입된 금액은 5000억원이었으며, 연금저축펀드로의 순유입액은 7000억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은행과 증권사 간 퇴직연금 유치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관건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이 도입되는지다. 지난 2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우선 원리금 보장상품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할지는 금융투자업계와 은행·보험권이 이견을 보인 사안인 탓에, 이달 중 예정된 본회의에서 최종 도입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만약 원리금보장형이 디폴트옵션에 포함되면 ‘은행→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를 다소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입자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우려해 사전에 예·적금 등 원리금상품을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반대로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 제외되는 경우 퇴직연금 가입자는 생애주기형 펀드로 불리는 타깃데이트펀드(TDF), 혼합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으로만 사전 운용을 지시할 수 있어,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 방식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어느 금융회사가 낮은 수수료를 받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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