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한국 경제 활력 키울 해법은? 고령층, 여성,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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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입력 2021-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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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향후 5년의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 가장 주목받으면서도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약이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일 것이다. 대한민국을 일등 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원대한 비전과 현실성 있는 추진 정책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고, 나부터도 누가 대통령이 됐을 때 나에게 더 많은 현금 지원이 가능한지 비교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판 앞에 있으니 그런 비교가 쪼잔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어느 후보가 더 많은 돈을 ‘나에게’ 줄지 계산하고 있다.

혼미한 상황이다. 회사에서 온 코로나 긴급 메시지에 정신을 차려본다. 회사 건물 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지금 당장 코로나 PCR 검사를 하란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산업 현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류 대혼란이 예상되고 그동안 미뤄왔던 모임을 다시 하고자 했는데, 이제 다시 또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의 현실이 한숨밖에는 나올 일이 없어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는 돈이 반가울 것이다. 나라에서 베푸는 선심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급한 이슈에만 매몰되어 국가 경제의 중장기적인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가장 치명적인 중장기 문제는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체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선진국 그룹의 중장기 잠재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잠재성장률이 2030~2060년에는 0%대로 하락해 선진국 그룹 중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OECD는 이렇게 암울한 전망이 나오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은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심각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 원인, 잠재성장률 추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이슈나 물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인구구조가 변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빨라서 불과 20년 후인 2045년경에는 일본보다 훨씬 더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은 약 4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지금 국내에서 가장 고령화된 경북 의성군 혹은 전남 고흥군과 비슷한 정도이다.

사실 이런 급속한 고령화의 부정적인 파급 영향은 성장률 0%라는 보고서 지면에서 나타나는 그래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폐교가 증가하거나 초·중·고 선생님의 임용이 안 되고 지방 대학의 입학 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것과 함께 각 지역에서의 부정적인 효과는 불평등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불평등의 피해는 아무래도 도심에서 먼 지역일수록 더 크게 체감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청년이나 빈곤층에 큰 위협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렇게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인구구조의 변화,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지만,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서 사회적인 부문에까지 퍼지면서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이렇게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묵직한 인구구조 변화를 되돌리기는 매우 힘들다.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국민들이 고령화의 피해를 막아야겠다고 모두 다 같이 공감하여 결혼도 빨리 하고 아이도 낳고, 그리고 또 하나씩 더 낳으면 해결될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라면 고령화 대책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이며 수천 번의 TF 회의 등등이 왜 필요했을까.

Mission Impossible. 달성 불가능. 고령화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하면 한국 사회, 한국 경제는 주저앉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늙어갈수록 사회정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경제 활력이 저하되면서 세수입이 줄어들고 정부 재정 적자는 더욱 커질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기 부양 정책을 아무리 실행한들 그 효과는 매우 제한될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기 힘들다면 고령자분들을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하여 경제 활력이 너무 빠르게 식어버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고령자의 고용이 계속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퇴직 이후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준비를 지원해 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 내용을 보면 일률적인 지원이 대부분인데, 그보다는 개인별로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금 더 연령이 높은 고령층에서는 신체적 및 정신적 노화 정도가 심해 근로 능력이 다른 중장년층보다 더 약해져 시간 활용을 더 유연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크게 보면 고령층이지만 같은 고령층 중에서도 조금씩 다른 교육 지원 내용, 혹은 유연한 근로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중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더해 필요한 부분이 여성 인력의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내국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외국인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일 민족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지워 버리자. 글로벌 마인드가 비교적 강한 젊은 세대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경직되어 있지 않다.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원한다면 그들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더 많이 머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방과 후에 남게 되는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선생님들도 더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방식은 인구 변화로 인한 교원 임용 축소를 해결할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고령화 대책, 현실적인 인구구조 대응책은 무엇일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작은 것이라도 추진해서 실제로 그 대책이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잘 되면 그 방향으로 계속 추진하고 안 되면 문제점을 고치면서 대책을 보완하면서 추진하는 것이리라. 뭐가 되었건 너무 거창하게 하려고, 한꺼번에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하겠다. 

인구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이슈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서 멀리 바라보는 마음을 갖고 사회 구성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협의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그렇게 소통해 나가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작은 정책들, 지자체 차원에서 성공하는 케이스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면서 실제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다 보면 인구문제가 완전히 불가능에 도전하는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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