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농민들, “농민 심정 모르는 청와대는 자폭하라”…농산물 군납방식 변경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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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1-11-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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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천지역, 군사시설보호법에 사회·경제·문화적 낙후 수십 년간 희생…마을 소멸 위기

  • 수의계약 폐지, 대기업과 경쟁입찰 농민 생존권 위협…‘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어긋나’

 

강원 화천지역 농민들 90여 명이 지난 19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 광장에서 농산물 군납 경쟁 입찰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지역 군부대에 농산물을 납품해 온 접경지역 군납 농가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강원 화천지역 군납 농가들은 국방부의 농산물 군납방식 변경에 “농민 심정 모르는 청와대는 자폭하라”라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은 국방부의 군 급식 농산물에 대한 군납방식 변경이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믿고 있다. 화천군 보도자료에 따르면 “군납 수의계약 물량이 급감한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1970년대부터 군납을 이어온 화천지역 농가들이 당장 내년부터 대기업은 물론 수입농산물과 가격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이 자료는 올해 지역 군납 농가의 농산물 계약물량은 4437톤으로 109억5400여 만원이다. 축산물도 1634톤, 106억61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화천지역 농축산물의 연간 군납 규모를 더하면 총 74개 품목, 6070톤, 216억1500만원으로 도내 최대 규모다. 따라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농산물 군납방식이 변경되면 화천지역 농가가 도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국방부의 수의계약 폐지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과 배치된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제1조에는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주민의 복지향상을 지원하며,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통해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국가는 접경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농, 축, 수산물을 우선적으로 군부대에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강원 화천지역 농민 90여 명이 지난 19일 오후 1시 국방부 정문에서 항의 집회와 눈물의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이에 농민들은 지난 달 25일 화천지역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경쟁입찰 시행에 따른 군납 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국방부가 요지부동하자 지난 3일 화천군청에 300여 명이 모여 농산물 수의계약 폐지 반대 집회를 열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결국 지난 19일 서울로 상경한 90여 명의 농민은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 광장에서 군 급식 경쟁입찰 방식 철회 요구와 접경지 농산물 사용 호소를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제26회 화천군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발표한 국방부의 군 급식 경쟁 조달체계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오후 1시에는 국방부 정문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참석자 중 7명이 눈물의 삭발식을 했다.
 
농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특별한 피해를 참고 견뎌왔는데 접경지역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천지역은 접경지역이다. 이 지역은 대부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재산권 행사에 규제를 받는다. 일반인 거주는 물론 근처 지역까지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내 땅에 내 집을 마음대로 지을 수도 없다. 오히려 군부대 근처에 산다는 이유로 사격장이나 헬기장의 소음도 참아야 한다.
 
또 지역 대부분이 산지지만 이마저도 개발이 쉽지 않다. 수도권에 물 공급을 위해 대부분이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을 위한 기업 유치도 어렵다. 그동안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낙후를 감수하는 희생을 해온 것이다.
 
이처럼 접경지역에 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피해를 겪으면서도 휴전 이후 70년 동안 국가를 위해 토지이용 규제와 군사시설 보호법 등을 충실히 지켜왔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 낙후와 이에 따른 고령화, 그리고 교육과 문화적 배제 등 지역의 낙후성으로 마을 소멸 위기를 가져왔다.
 
이미 화천지역은 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축소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수십 년간 군부대에 납품해온 농산물 수의계약마저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그렇지만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특별한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온 농민들은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는데 국방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농민을 위해 급변하는 접경지역의 환경에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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