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임팩트] 글로벌 IT 공룡들, 잇단 러브콜... “K콘텐츠는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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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11-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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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디즈니 OTT, 韓 오리지널 콘텐츠 내세워

  • 아마존도 연내 한국 드라마 20편 이상 확보 예정

  • 마블코믹스, 네이버웹툰에 주요 작품 독점 연재

  • DC코믹스, 네이버와 배트맨 오리지널 웹툰 제작

  • 네이버웹툰 이용자 75%가 Z세대.... 58%가 여성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바야흐로 ‘K콘텐츠’ 전성시대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올라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인을 사로잡자, 애플과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같은 경쟁사들도 앞다퉈 한국 드라마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드라마 없이 전 세계 이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애플은 지난 4일 한국에 OTT 서비스 ‘애플TV플러스’를 론칭하면서 첫 번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닥터(Dr.) 브레인’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애플이 한국 드라마를 서비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2016년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오는 12월 10일까지 매주 한 편씩 공개된다. 애플은 한국인 이민 가족 이야기를 다룬 ‘파친코’도 제작 중이다.

오는 12일 한국에 론칭하는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걸그룹 블랙핑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등 7종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아마존은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연내 20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올해 봄부터 일본 서비스에 한국 드라마를 선보였는데, 다른 장르 대비 시청시간이 더 길고 이용자 충성도가 더 높다는 데이터를 확인하자, 추가로 한국 드라마를 확보하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9월 17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이 걸린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처럼 한국 내에 팽배한 양극화 문제를 지적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미주,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 걸쳐 수십여 국가에서 ‘오늘의 톱(TOP) 10’ 콘텐츠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공개 후 유료 구독자 수가 438만명이나 늘었다. 올해 2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분의1 수준인 154만명이 증가하는 데 그쳐 ‘넷플릭스 천하’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한국 드라마로 위기를 벗어났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공개 후 4주 만에 8조7291억원(약 74억8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제작비 249억원(약 2140만 달러)을 투자한 점을 고려하면 ‘잭팟’이다.

노창희 미래미디어연구소 센터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돼, 한국 제작사들과 협업하려는 글로벌 OTT들의 니즈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韓 웹툰, 전 세계 Z세대 홀리자 美 마블·DC코믹스도 손 내밀어
‘K만화’로 불리는 웹툰이 전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은 만화 종주국으로 평가받는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웹툰에 열광하자, 미국의 마블코믹스, DC코믹스 같은 전통의 만화 강자들이 한국 웹툰 플랫폼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웹툰이 디지털 만화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마블코믹스의 만화 ‘이터널스’를 독점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2007년 출간된 동명의 마블코믹스가 원작으로, 지난 3일 영화로도 개봉했다. 마블은 네이버웹툰과 가로 형태의 인쇄 만화를 모바일에 맞는 세로 스크롤 형태의 웹툰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블랙 위도우’, ‘샹치’ 등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됐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9월 만화 ‘배트맨’, ‘슈퍼맨’으로 유명한 DC코믹스와 배트맨 오리지널 웹툰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북미에서 론칭한 지 1주일 만에 구독자가 50만명을 돌파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를 두고 “웹툰이 시장을 더 확장하기 위해 미국의 상징적인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분석했다.

콧대 높은 미국 만화업계가 네이버에 손을 내민 이유는 Z세대가 웹툰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7200만명이다. 이 중 Z세대가 75%를 차지하고, 58%는 여성 이용자다. 기존 종이 만화 시장의 주 소비층이 남성인 것과 차이가 있다. 현재 웹툰의 주요 소비국은 한국과 일본이지만, 미국에서 성장세가 가속화되면서 3년에서 5년 사이에 미국 웹툰 시장이 아시아를 추월할 것으로 포브스는 전망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카카오는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 1위 사업자다. 한국이 대표적인 일본 만화 수입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카카오는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서비스하는 카카오재팬의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바꾸고,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첫 번째로 공략할 국가는 프랑스다. 현재 프랑스에선 카카오웹툰이 연재하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 큰 인기를 끌어 단행본으로 발간됐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만화의 소비 패턴이 가로로 보는 종이 만화책에서 세로로 보는 디지털 만화로 바뀌고 있는 흐름을 한국 기업이 재빨리 포착하고 그에 맞은 만화를 내놓은 게 웹툰 세계화의 성공 요인이다. 세로 스크롤에 대한 만화 연출 기법이나 시간과 공간, 시선의 이동 방식 등에 대한 노하우도 한국 작가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웹툰이 디지털 만화의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흑백인 일본 만화와 달리 전면 컬러이고, 스마트폰으로 읽어 나가는 세로 스크롤이 특징인 한국 만화가 일본에서 독자를 늘리고 있다”며 "세로 스크롤 만화가 세계 표준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에 동참하는 일본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어 일본이 자랑하는 만화 문화가 도태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 형태인 웹툰은 한국이 처음 만들었다”며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너무 좁다”... 북미·유럽 진격하는 ‘K게임’
K게임은 북미·유럽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북미·유럽은 전 세계 게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중국이 게임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시아 대신 서구권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었다. 1억 달러(약 118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플레이에선 매출 1위,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2위에 올랐다. 이 게임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모바일게임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수의 게임들을 제친 성과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크래프톤 산하의 게임 개발사인 펍지가 2017년 출시한 PC온라인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으로, 2018년 5월에 출시됐다. 이 게임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억건을 돌파했고, 그해 12월에 2억건을 넘어섰다. 2019년엔 6억건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오는 11일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새 모바일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전 세계에 출시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크래프톤과 중국 텐센트가 공동 개발했지만, 이번 신작은 크래프톤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전 세계 게임 배급도 크래프톤이 직접 챙긴다. 크래프톤이 지난 2월 25일 시작한 구글 안드로이드 버전 사전예약과 8월부터 진행한 애플 iOS 사전예약에 전 세계 5000만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최근 게임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아마존은 계열사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내년에 한국 게임 ‘로스트아크’를 북미·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RPG가 2018년 11월 국내에 출시한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201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한 6관왕을 거머쥔 인기작이다. 아마존게임즈가 처음으로 배급하는 초대형 게임으로 한국 게임을 선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북미·유럽은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의 52.1%(2022년 전망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최대 게임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통제하고, 해외 게임뿐만 아니라 자국 게임에도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내주지 않는 등 게임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북미·유럽 등 서구권을 공략하려는 게임사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례로,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남궁훈 대표가 북미·유럽 법인장을 겸직하는 새로운 경영 체제를 발표했다.

업계 일각에선 한국 게임사들이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은 콘솔로 플랫폼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콘솔은 데이터적으로 서구권에서 지배적인 플랫폼”이라며 “콘솔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신규 유저 유입이 꾸준하고, 유저 복귀율이 높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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